허균 편집국장

 "오호통재라, 어찌 이런 일이..." 
 지난 17일 이른 새벽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천인공노할 사건이 발생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4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화재에 놀라 계단으로 대피하는 주민을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사상자는 총 20명으로 5명은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는 10대 여학생 2명, 50대, 60대 여성 2명, 70대 남성 1명으로 피의자가 노인, 어린이, 여성 등 취약한 사람만을 골라 범행을 저질러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이번 이유도 없이 수백명의 목숨이 사라진 세월호 추모 5주기일을 하루 지나고 발생해 보는 이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피의자 안인득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피해망상 증세를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안인득은 언론에 공개된 이후 사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10여 년 전 김해와 창원 등에서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쳤는데 산업재해로 인정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안인득은 "불이익을 많이 당해왔다" "억울하다" "아파트에 정신 나간 사람들이 많다"는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이다.  이런 안인득의 행위는 시민들들 더욱 분노케 한다.

 "이렇게 큰일을 저질러서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유족에게 너무 죄송합니다." 안인득의 노모가 언론에 공개사과를 하며 한 발언이다. 안인득의 행동은 그의 노모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신상 공개위원회는 사건 발생 하루 뒤인 18일 회의를 열고 피의자 안인득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 신상을 공개키로 했다. 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지난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시작했다. 범행 수법과 수단이 잔인하거나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증거가 충분한 경우에 이뤄진다. 오원춘, 동거녀 살인 박춘봉 등의 신상이 공개됐으며 최근은 이희진 부모를 살해한 정다운 '강서 PC방 살인사건' 김성수와 어금니 아빠 이영학 등이 공개 대상이 됐다. 안인득의 신상 공개에 찬반 의견이 있지만 억울한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무자비한 사건 피의자의 신상은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안인득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기 2주 전, 그의 형은 병원·동사무소·검찰·법률공단 등에 연락해 동생의 강제입원을 강력하게 호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인득이 거부했고 병원 등은 본인의 동의 없는 입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안인득 형의 뜻대로 안인득이 병원에 입원했더라면 참사는 없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온다. 인인득의 범죄로 조현병 환자에 대한 강제입원 등의 법률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을 앞둔 사월은 안타까운 사건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기억된다. 5년 전 세월호가 그랬고, 정권에 항거하다 죄 없는 이들이 목숨을 잃은 제주 4.3항쟁과 4.19혁명 등도 모두 이달에 일어난 일들이다.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이들의 사연을 알리기 위해 선지 공교롭게도 사월은 신문의날을 끼고 있다. 안인득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이를 인터뷰한 후배 기자가 다시는 이런 인터뷰는 하기 싫다며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더 이상 죄 없는 불특정 다수가 희생되는 안타까운 범죄가 없기를 바란다. 영문도 모른 채 숨진 피해자분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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