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선 시인

나이를 어디에다 팔아먹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짧은 윗도리 아래 달걀만 한 배꼽에
엄마를 담고 다녔다
코밑수염 거뭇할 때부터 스무 호 남짓한 마을로 들어와
주저앉았다
화낼 줄 모르는 낯빛 위로 패이던 하회탈 주름
깡소주 한 잔에 새들과 함께 날아다녔고
농사철이면 그의 몸에서 워낭 소리가 났다
마실 나간 오일장
막걸리 서너 사발이 엄마를 불러온 그날 밤은
골목이 육자배기 자장가에 물들었다
두어 달 서둘러 나온 세상 구경 탓으로
울타리 없는 오십 년이 엄마만 품고 있었다
얼마나 만지작거렸으면
호주머니 속에서 반쯤 녹은 왕사탕을 주며
코흘리개들을 와락 껴안아
사람들에게 받은 오해에도 끄떡없었던 그가
감또개 떨어지던 아침, 머뭇머뭇 사라졌다
온 곳을 모르듯
두 평 남짓 누워 있을 우거진 잡목 사이에
춘보 여기 잠들다, 라는 비문이 서 있을 것 같다
그저 저쯤일 거라고 눈길을 두면
봄 春 보배 寶, 내 이름 조오체
바람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날아다니고

시간에도 돈에도 셈이 없었던 그에게
마을이 빚을 지고 있다

송미선 시인

경력
2011년 시와사상 등단
시집 <다정하지 않은 하루>
김해문인협회 회원
경남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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