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괴물 백과

한국 괴물 백과 / 곽재식 지음, 이강훈그림 / 워크룸프레스 / 656p / 2만 2천 원

 

 이 땅에 괴물이 그렇게 많단 말인가 깜짝 놀라 주목했던 책이다. 저자 곽재식은 괴물을 알고 싶어하고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2006년 단편소설 '토끼의 아리아'가 TV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본격적으로 SF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 말고도 <미스테리아>, <과학동아>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가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재미난 활동은 2007년부터 한국의 옛 기록에 등장하는 괴물 이야기를 정리해온 것이다. 그의 블로그 '괴물 백과사전'은 온라인 괴물 소굴이다. 이 블로그는 민속학 연구자, 소설가, 게임 및 웹툰 시나리오 작가,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학생 등의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저자가 찾아낸 괴물이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모습의 괴물로 재탄생되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 괴물들이 곽재식이 모두 옛 문헌에서 찾아낸 기록이라는 데에 있다. 저자는 18세기 이전의 문헌에 남아 있는 각종 괴물들을 정리했다. 따라서 19세기 이후에 기록된 괴물, 작자가 불분명한 문헌에 기록된 괴물, 소설 속에만 등장하는 괴물, 기록 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괴물 등등은 모두 배제 했다. 현대에 조사된 소문, 전설, 풍습에 등장하는 괴물도 다루지 않는다.

 저자가 자료조사로 삼은 책은 <용재총화>, <어우야담>, <삼국사기>, <삼국유사>, <동문선>, <대동야승> 등이다. '한국 괴물 백과'에는 저자가 그동안 채집한 한국 괴물 가운데 282종이 실렸다. 그 괴물 속에 김해의 괴물 '강수선생(强首先生)'이 있다. 강수선생을 기록한 옛 문헌이 무려 <삼국사기>라니 또한 놀랄 일이다. 현존하는 우리 나라 최고의 정사인 <삼국사기>에 설마 없는 사실이 실렸을 리가 있을까. '한국 괴물 백과' 속 강수선생 편을 그대로 소개한다.

 "뒤통수에 뼈가 높게 솟아 있거나 뿔이 돋아난 사람을 높여 일컫는 것으로, 머리에는 검은 사마귀가 나 있다. 보통 사람보다 머리가 좋고 재능이 뛰어나며 특히 말재주와 다른 나라의 말, 글을 읽고 쓰는 일에서 무척 뛰어나다. 600년대 지금의 김해에서 강수의 어머니가 강수를 낳을 때 태몽에서 만난 적이 있고, 강수도 머리 뒤쪽에 뼈가 튀어나온 모습으로 태어나 외모가 특이했다 한다. 강수의 본명은 자두(字頭) 또는 우두(牛頭)인데, 이런 외모를 보고 신라의 태종이 강수라는 별명을 붙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원래 이름보다는 강수로 불린다. 강수가 사랑의 인연을 중시해 중매에 따라 부유한 사람과 결혼할 수 있었지만, 옛 인연을 배반하지 않고 미천한 사람과 결혼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중략) '삼국사기'에는 강수가 당시 미천하게 여긴 부곡 출신 대장장이 집안의 딸과 사귀었는데, 강수가 세상에 이름이 나 유명해진 뒤 부모가 정식 중매로 혼인을 시키려 하자 부모의 뜻을 거부하고 의리를 지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외에 신라에서 글솜씨로 뛰어난 여섯 명을 소개하며 강수와 함께 세문, 수진, 양도, 풍훈, 골답을 들었다."

 외모가 특이해 괴물로 불렸던 김해의 강수는 참으로 멋있고 강인한 인물이었던 것 같다. 옆에 있는 김해사람들을 잘 지켜보자. 그가 우리 속에 숨어 있는 강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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