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질만 당한 한국당

 

허균 편집국장

 여당은 1석도 얻지 못했고. 2석 중 1석을 챙긴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전 국민의 손가락질 받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지난 3일 치러진 4·3 보궐선거에 대한 필자의 총평이다.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두 곳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치러진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승리를 나눠 가지는 것으로 갈무리됐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석도 얻지 못했다. 민주당은 진보 후보 단일화에 따라 창원 성산에는 후보를 내지 못했고, 통영·고성에는 양문석 후보를 야심 차게 내세웠지만 한국당 정점식 후보를 이기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창원 성산에서 민주, 정의당의 단일후보로 나선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45.75%의 득표로 45.21%를 얻은 한국당 강기윤 후보에게 신승했다. 이어 민중당 손석형(3.79%), 바른미래당 이재환(3.57%) 후보가 뒤따랐다. 여 당선자는 4만 2천 663표를 얻었고, 강 후보는 4만 2천 159표를 얻었다. 두 후보의 표차는 504표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창원 성산의 승리를 위해 집권여당이라는 체면까지 내던지고, 정의당과 힘을 합쳐 단일후보를 내세웠다. 하지만 개표 내내 한국당 강 후보에게 뒤처져 불안 불안했다. 개표율 99.98% 상황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역전에 성공,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개표 결과가 초·중반과 같았다면 집권 여당으로 국어사전에도 없는 진보 단일후보를 낸 민주당의 체면이 말이 아닐 뻔했다. 창원 성산에서 반쪽짜리 승리를 거둔 민주당이 내년 예정된 21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통영지청장을 지낸 검사 출신 정점식 후보를 내세운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양문석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득표율도 60%에 가까워 통영·고성은 한국당의 텃밭임을 전국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여당과 손을 잡고 단일후보를 내세운 창원 성산에서도 한국당은 저력을 보여줬다. 개표 막판 뒤집히긴 했지만 개표 내내 득표율 1위를 유지하며 노동자와 젊은 층이 많은 창원 성산에서 나름 선전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번 보선에서 얻은 국회의원 1석 보다 더 많은 걸 잃었다. 창원 성산의 승리를 위해 최근 선출된 황교안 대표가 자신의 선거인 양 매진했지만 패배했고,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 중 보여준 비신사적 행위는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상벌위원회를 통해 경남FC에 2천만 원의 제재금을 물리자, 화가 난 축구팬들은 '한국당이 제재금을 대신 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당은 공식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제재금을 책임지겠다고는 하지 않아, 아직까지 축구팬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다.     

 여유롭게 당선이 되긴 했지만 통영·고성에서도 말썽이 있었다. 정점식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지역의 한 인사가 지역 기자에게 정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를 써 달라며 현금다발을 건네는 일이 발생했다. 정 후보 측은 "후보와 후보 사무실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제3자에 의한 기부행위로 몰기도 쉽지 않아 정 후보의 당선에는 영향이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자유한국당은 아직까지 돈으로 표를 사려 하는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은 잘못됐다. 말 그대로 상처뿐인 영광이다.
 
 집권 여당으로 1석도 얻지 못한 민주당이나, 절반의 승리를 가져간 한국당이나 갑갑하긴 매한가지다. 내년 4월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의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 한국당 모두 눈높이를 국민의 수준으로 낮추고,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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