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 김금숙 만화 / 보리 / 488p / 2만 6천 원

 

김지현 장유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진 이래 전국 70여 곳에 세워지고 있다. 묵묵히 정면을 응시하며 앉아있는 소녀상을 보면 가슴 속 깊은 먹먹함이 느껴진다. 우리는 현 세대 그리고 미래의 세대가 일본군 위안부의 문제를 잊지 않기 위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해야 한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이옥선 할머니의 삶을 만화로 담은 김금숙 작가의 '풀'이다.

 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중국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지내야 했던 시간을 보내고 5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이옥선 할머니의 일생을 흑백으로 담담하게 묘사했다.

 우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피해자가 아닌 삶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그 고통을 세상에 알린 강인한 여성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장편 만화 '풀'은 김금숙 만화가의 작품이다. 작가는 위안부 피해 이옥선 할머니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풀'을 세상에 내놓았다. 부제로 '살아 있는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을 붙였다. 그렇다. 할머니들은 한 분 한 분이 살아있는 역사이다. 개인의 역사이고, 우리나라의 비극적 역사이고, 후안무치한 일본의 역사이다. 책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기다리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이다.
 
 그동안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들은 많이 나왔다. 다큐멘터리, 드라마, 영화, 소설, 그림책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었다. 하지만 장편만화로 할머니의 삶을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김금숙 만화가의 '풀'이 처음이다.

 이 책은 2017년 8월 14일에 출간됐다. 우리나라는 8월 14일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국가 기념일로 지정했다.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것이 1991년 8월 14일이었다. 김학순 할머니는 위안부 생존자 중 최초로 공식 기자회견을 공개 증언했고, 이후 전국의 생존자들이 잇따라 증언에 나섰다. 할머니들의 증언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김금숙 작가가 위안부 문제를 만화로 그린 것은 '풀'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앙굴렘 만화축제에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우리나라의 만화가들이 참여한 '지지 않는 꽃' 전시가 열였다. 김금숙 작가는 이 전시에 단편 만화 '비밀'을 선보였다. 단편 작업을 한 뒤에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장편 만화 '풀'을 기획했다.

 '풀'은 가해자에 대한 미움을 극대화 시키지 않았고, 할머니의 감정과 심리 상태를 이미지로 보여준다. 만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눈앞에 한 편의 영화가 펼쳐지는 느낌이 든다. 흑과 백의 단순함은 이토록 강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니, 작가의 그림 연출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먹그림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에 힘을 실어준다. 다른 색을 덧칠할 필요가 없는 생생하고 아픈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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