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해 시인

정감 가득 찬 새들이

목청만큼 깃을 세우는 계절에

하얀 매화가 봄을 깨우며

떠돌던 무명초들을 불러

빈 터를 메우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보슬보슬 동시같은 비가 내리니

오후로 천도되는 동녁의 찬란할 빛은

빗속으로 들고

바이올렛빛 여인들의 가량가량 일상을

서녁으로 인도한다


세간에 자유들은

온갖 고백으로 존재를 일으키며

평온한 일상에도 환경은 반란을 꾸미고

긴 겨울의 고독한 무게를 왕창 담아

잠든 정적을 들판에 뿌려되자

아스름히 피워 내는 대지의 율법처럼

하얀 천사의 소복한 주조음은

만 자도 부족한 시어여라

 

한 줌 잠잤던 사고는

천지를 무욕으로 깨달아

이른 매화 피는 봄에

여유로운 깃을 세웠다

 

 

박선해 시인

프로필

현대시선 문학사 시와 시조 등단
창작동네 문학상 수상· 대상 수상
하운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수상
현대시선 문학사 작가협회 부회장
한국 문인협회 회원
김해 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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