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지난 3월 8일자 조선일보에 “반려견 장례요청에 종교인 난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습니다. 그 부제로써 ‘동물은 영혼이 없다고 보는 기독·천주교는 원칙적으로 거절, 윤회를 믿는 불교는 49재 열기‘라는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김모(45) 목사의 고민거리로 시작되는데, "기르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천국에 가게 해달라'며 추모 예배를 부탁하는 분이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교회에서 예배를 못 보니 추모식장으로 와달라는 분도 계십니다. 사실 제가 주일 예배와 설교 준비를 하느라 시간도 부족합니다. 상심이 큰 분들께 안 된다는 이야기를 계속하기도 민망하고…." 그래서 김 목사는 "목사는 반려동물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교회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기독교나 천주교에서는 원칙적으로 반려동물은 영혼이 없고, 또한 교인도 아니기 때문에 종교식으로 추모 예배나 미사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신자가 늘면서 일부 목사들 사이에서는 "반려동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키우던 사람을 위로해 주는 차원에서 예배를 할 수 있다" 또는 "반려동물 문제에 대해 신학적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는 의견도 나온다고 신문은 전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 갓 들어가 국어책을 펼치면, 그곳에는 철수 영희와 함께 ‘바둑이’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개고기를 먹는 미개한 나라라고 비난을 받고 있지만 바둑이는 우리와 항상 친숙하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인구가 무려 1000만에 이르고 있으며, 반려동물의 개체 수 역시 35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음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단 양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이들은 가축에서 분리된 뒤 애완동물과 반려동물의 단계를 거쳐 최근에는 가족 구성원으로까지 위치가 급상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1인 가구를 일컬어 펫팸족(Pet+Family)이라고 부르는 용어까지 등장 하였습니다. 이제는 반려동물에게 재산이 상속되었다는 뉴스도 그리 놀라운 것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2007년 미국의 부동산 재벌 리오나 헴슬리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뒤 그의 손주와 반려견 사이에 상속 분쟁이 벌어졌는데, 치열한 법정 공방을 거친 끝에 우리 돈으로 20억 원이 넘는 돈을 상속받은 반려견인 트러블(말티즈 암컷)은 2010년까지 연평균 6만 달러(약 7천만원) 이상을 쓰며 호화롭게 살다 세상을 떠난 일도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법적으로 인정되지는 않고 있지만, 사회 통념상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경향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회적 가치를 지니는 반려동물에 대하여, 힌두교의 영향으로 윤회를 수용하고 있는 불교가 타 종교보다 반려동물에 더 친숙함을 가진다는 논리에 앞서 반려동물이 지니는 사회학적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반려동물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을 파악하고, 반려동물을 통해 변화하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살펴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할 것입니다. 첫 번째의 의미는 반려자로써의 위치입니다. 오늘날과 같이 고도화된 소비사회에서 반려동물은 이미지와 행복 등을 위해 소비되는 하나의 ‘상품’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넘어 사람들과 친밀한 정서적 교류를 나누는 삶의 ‘반려자’인 것입니다. 즉 오늘날 반려동물은 단순히 교환가치에 의해 시장에서 거래되고, 소비되는 대상이라기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친밀하게 감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특히 인간관계에서 외로움과 소외를 경험하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정서적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삶의 동반자로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의미는 목적으로서 반려동물입니다. 근대 이전의 동물이 경제적·실용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강하게 가졌다면 이와 달리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은 반려동물과의 정서적 관계 그 자체가 중시되는 목적으로서의 의미를 지닙니다. 오늘날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나 가치가 아니라 반려동물과의 관계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과 즐거움인 것입니다. 세 번째 의미는 새로운 감정공동체 형성의 촉매로서 반려동물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애완동물을 통해 가족 간 화합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기도 하며 이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과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또한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통해 인간과 분리된 동물과 자연에 대해 반성하거나 성찰하는 기회를 갖기도 하는데 이처럼 반려동물은 인간과 인간을 넘어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의 합일이라는 차원의 새로운 감정공동체를 형성하는 촉매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영혼이 있다거나 또는 없다는 논쟁, 그리고 동물이라는 획일적 구분보다는 반려동물의 사회학적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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