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을 선물할게 / 강경수 지음 / 창비 / 52p / 1만 3천 원

 △사서의 추천이유

추천 / 김성희 진영한빛도서관 사서

어느 날 아침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가 지나가는 곰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나 곰은 그러면 거미가 굶게 되고 그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라며 거절한다. 점심 때 같은 곳을 지나가는 곰에게 무당벌레는 ‘애벌레로 땅 속에서 칠 년이나 지내고 나왔는데 이렇게 죽어야 하냐’며 또 부탁하나 곰은 그건 매미의 이야기라며 어설픈 거짓말은 나쁜 거고 거미는 모기를 잡아먹는 좋은 동물이라며 역시 거절한다. 저녁 때 같은 곳을 또 지나가는 곰에게 무당벌레는 거미만 유익한 동물이 아니라며 자신도 진딧물을 잡아먹어서 화려한 꽃이 피게 도와주는 유익한 동물이라 항변한다. 곰이 어떻게 했는지는 책에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뒷 장면에서 화가 나서 씩씩대는 거미와 화려한 꽃밭에 서 있는 한 쌍의 곰을 봐서 무당벌레가 살아남았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약한 존재는 모두 선한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한 쪽에는 약한 존재가 다른 쪽에는 적이 될 수도 있는 상대성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한다. 또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으며 선택의 순간에 어떤 가치 기준을 가지고 결정해야 하는지 고민해보게 하는 책이다.

 

 △강경수 작가의 그림책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2014년 김해의 책-어린이 도서'로 선정됐던 것을 많은 시민과 어린이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세계 곳곳에서 빈곤,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고통을 받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권 그림책이다. 강경수 작가가 2011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논픽션 부문 ‘라가치 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그림책작가로 올라선 책이기도 하다.
 ‘꽃을 선물할게’에서도 작가의 세계관과 작품의 분위기가 익숙하게 느껴진다.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와 그 무당벌레를 구할지 말지 고민하는 곰의 대화는 어느 쪽이 맞다고 할 수 없을 만큼 팽팽하다.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라,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 거미, 무당벌레, 곰의 이야기는 독자가 어느 입장에서 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주제로 전개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싶어 슬며시 걱정도 되고, 이 책을 주제로 토론수업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는 절박하다. 곰에게 살려달라고 아첨도 해보고, 거짓말도 해봤지만 실패한다. 저녁이 되어서야 기지를 발휘해 겨우 살았다. 우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무당벌레가 보여주는 것 같다. 곰은 귀찮은 모기를 퇴치해주는 거미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거미와 무당벌레 중 누가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지 가늠해보는 이중적 방관자의 입장이다. 이 책은 무당벌레와 곰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속성을 드러내는 창작 우화이자 인간의 모순을 경쾌하게 그린 한 편의 희극이다.
 결국 곰은 무당벌레를 구해주고, 이듬해 봄에 꽃이 활짝 핀 들판을 걷는다. 작가는 곰의 작은 선행이 세상을 바꾸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어 한다. 작가의 의도를 넘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그것이 강경수 작가의 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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