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선비문화 (9)

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원장/
남명학박사

  "사군자 으뜸이 매화꽃 보며, 들차를 마시고 시를 …"

 
 봄을 알리는 매화가 만개한지 달포가 지나 이제는 벚꽃이 산야를 물들이고 있다.
예로부터 선비들은 매화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여 매화를 사군자의 으뜸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나도 열흘전 매화꽃을 보러 원동 신흥사 골짜기에 들어가 매향에 취하여 보았다.
 때마침 들차를 좋아하는 벗이 있어서 문인들과 신흥사 남쪽 매화 밭에서 차를 마시며 시 한수를 생각했다.

 원동 맑은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 조용한데/ 찻잔에 매화 띄우고 마시니 푸른 하늘이  빛나 보이네 / 언 뜻 불어오는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은 신흥사 지붕으로 흩날리고 / 세상 안 세상밖 오가는 스님도 오늘은 보이지 않고 / 객들만 매화차향에 취하여 배고픔도 잊고 있었네.

  산사는 조용해서 좋다. 산사는 계절의 변화를 보여 주어서 좋다.  남명은  산청군 단성면 운리에 잇는 단속사(斷俗寺)를 찾아 정당매(政堂梅)라는 시한수가 생각난다.

 현재 절터에는 탑만 있는데 한때 최치원을 비릇한 명사들이 찾는 사찰로 신라 때 창건하였으며 솔거의 벽화로 유명하다. '정당매'의 유래는 산청출신으로 고려 우왕 때 政堂文學을 지낸 강희백(1357~1402)이 소년 시절 단속사에서 공부 할 적에 매화 한 구루를 심고 시를 지었다고 한 손자 강희안(1419~1464)에 의해서 알려졌다 훗날 후손들이 선조의 벼슬을 따서 '정당매'라는 비각을 세우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斷俗寺政堂梅 (단속사정당매)                  

 寺破僧羸山不古 (사파승리산불고)  절은 부서지고 스님은 파리하며 산은 옛날 같지 않은데
 前王自是未堪家 (전왕자시미감가)  앞의 임금들이 스스로 나라를 감당하지 못하였네.
 化工正誤寒梅事 (화공정오한매사)  하느님이 매화의 일을 바로 그르쳐
 昨日開花今日花 (작일개화금일화)  어제도 꽃이 피고 오늘도 꽃이 피었다네.

 매화꽃이 떵러지면 곧 열매가 뜨거눈 여름을 맞아 탐스럽게 익어서 그 푸름을 보여준다. 그래서 푸른 열매가 맺었을 때 남명은 사명당(1544~1610)에게 시 한수를 적어준다.
 
 사명당은 단속사에서 남명이 산해정에 있을 때 여름 날 만 것을 기억하여 이듬해 봄에 단속사를 찾아가 지은 시다.

 유정산인에게 주다(贈山人惟政)

 화락조연석(花落槽淵石)      꽃은 조연(단속사앞 개울)의  돌 위에 떨어지고
 춘심고사대(春深古寺臺)      예절 축대엔 봄이 깊었구나
 별시근기취(別時勤記取)      이별하던 때 기억해두게나
 청자정당매(靑子政堂梅)      정당매 푸른 열매 맺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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