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늑대, 반은 양, 마음만은 온전히 하나인 울프 

알렉스 라티머 글, 패트릭 라티머 그림 / 소원나무 / 40p / 1만 3천 원

 

추천 / 김상미 진영한빛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부드러운 양털의 몸에 늑대의 뾰족한 귀와 꼬리를 가진 동물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이 책은 양 아빠와 늑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울프가 겪어 나가는 성장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양 아빠에 늑대 엄마라니? 다소 독특한 설정에 의아했지만 그림책 세상에서는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늑대친구들과 양친구들 사이에서 늑대도 아니고 양도 아닌 울프가 정체성문제로 혼란을 겪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임으로써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도 울프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면,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도 존중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고정관념과 편견에 젖어있다. 그것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판단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가는 매우 중요하다. 옹졸해지느냐, 폭넓은 생각을 가질 수 있는가는 거기에서 달라진다.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고정관념을 날려준다.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양 청년과 늑대 아가씨가 서로 사랑에 빠졌어요.” 청년이 양이고, 아가씨가 늑대라고?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어른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 것 같다. 남자는 늑대라고 생각해 온 지가 너무 오래라서 말이다. 그래서 이런 설정은 고정관념을 날려줄 뿐 아니라 통쾌하다.
 양 청년과 늑대 아가씨는 결혼했다.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한 이들 사이에는 아들 울프가 태어났다. 울프는 반은 늑대, 반은 양의 모습이다. 부모에게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아들이지만, 울프는 곧 힘든 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나는 양인가, 늑대인가. 친구들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울프는 자신의 정체성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울프는 늑대 친구들과 있을 때는 늑대인 척, 양 친구들과 있을 때는 양인 척 해야 하는 날들을 보내야 했다.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을까. 울프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피하고 싶어진다. 슬프고 우울하기만 하다.
 부모님은 울프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울프야, 너는 늑대이기도 하고 양이기도 하단다. 그것은 말이야, 새롭고 특별한 존재란 뜻이야!” “만약 네가 자신을 늑대로만 혹은 양으로만 생각한다면, 너의 다른 반쪽을 무시하게 되는 거란다. 그럼 결국 너는 아주 슬퍼질 거야.”
 양 아빠와 늑대 엄마의 조언은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어떻든, 남들이 겉모습만으로 나를 어떻게 판단하든 나는 나이다. 세상에 단 하나인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그 존재 자체로서의 나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세상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당당하게 서게 하고, 다른 사람도 배려할 수 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 묵직하다.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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