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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검절약을 권하는 사회를 만들자한상규 논설위원
한상규 논설위원

 시골 한 사찰에 끈으로 묶은 소포상자가 도착했다. 행자 승이 가위로 끈을 자르려고 하자 노스님이 끈의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 보라고 한다. 가위로 끈을 싹둑 자르면 빠르고 편리 하지만 수행하는 자세로 하나하나 풀어 나간다면 그 끈을 다음에 재활용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우리 생활에서 이같은 사례를 수없이 접한다. 재활용을 염두에 두기 보다는 빨리 해결하려는 조급한 마음을 통제 못하는 물질 세태로 인해 쉽게 사서 얼마 뒤에는 버리고 만다.

 특히 아파트 생활에서 가구나 책, 옷 등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면 집안이 지저분하기 일쑤다. 이런 것을 정리 하자면 계절이 바뀔 때 특히 봄철에 이사하는 집이 늘어나고 신학기가 되면서 집집마다 쓸만한 가구와 책을 많이 버린다. 외국 여행을 가보면 우리보다 물질이 더 풍요로운데도 오래 된 물건을 버리지 않고 보관하며 절약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본받을 만하다. 남명의 제자 정구(鄭逑,1543~1620)는 "마음이 한가하니 도의 기운이 높아지고/하는 일을 줄이니 재화가 적구나./ 말을 삼가면 종내는 화가 적어지고/ 절약하고 검소하면 남에게 구걸하지 않는다."(心閑增道氣 忍事適災屯 謹言終疎禍 節儉勝求人)는 시를 남겼다.
 
 요즘 우리는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하여 사회를 혼탁하게 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내가 하는 일에는 부끄러움이 없고 똑같은 일인데도 남이하면 흉허물이 되어 비난하기 일수다. 옷 한 벌 넥타이 하나를 오래 입으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소형 임대 주택에 살면서 승용차를 구입하고, 대중생활에서 타인에게 양보하는 미덕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사회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이 검소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100년 전 독립운동을 위해 군자금을 몰래 지원해 준 기업인들은 양복 한 벌로 만족하였다. 미국의 투르먼 대통령은 매우 검소하고 강직한 지도자다. 그가 임기를 마치고 평민으로 고향인 디펜더스로 돌아가는 길에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에서 걸어서 공과 사를 분명히 해야지 하고는 승용차 이용을 거절하였다. "나는 대통령직에 있는 동안 백악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또한 내가 대통령이라고 해서 뭔가 뛰어난 특별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미국 국민의 한 사람이란 것과 내가 이곳을 떠나면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늘 명심하고 있다. 백아관의 모든 것은 미국 국민의 것이며, 다만 내가 잠시 사용 할 특권을 부여받았을 뿐이다. 이중에 대통령이라는 특권도 포함된다. 나는 재임 기간 중 이 모든 것을 조심스럽게 사용하였으며, 차기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본모습 그대로를 보여 주려고 애써 왔다."

 투루먼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빌려 썼던 만년필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빈손으로 갔다. 고향 사람들은 예전과 조금도 변하지 않는 검소하고 강직한 모습을 보고 머리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그가 돌아간 집은 낡은 집 한 채 뿐이다. 그느 이집을 국민의 세금으로 단장할 생각을 해 본적이 결코 없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가난을 부끄럽게 여긴 적은 없다 다만 필요 한 것이 없으니까 당장 불편한 점은 있을 것으로 보았다. 당시 높은 벼슬에 오른 맹사성 같은 청백리가 수없이 많았다. 과거를 준비하고 벼슬을 하고자 하는 유자들의 소망은 벼슬길에 나가는 것으로 호구지책은 해결된다. 그러나 그런 길이 여의치 않으면 살아가기 어렵지만 그로 인해 원망하거나 부끄럽게 생각한 적은 없다.

 "암혈에 눈비 맞아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만/ 서산에 해 진다 하니 그를 슬퍼하노라" 명종임금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벼슬의 혜택을 받은 적은 없지만 임금이 승하 했다는 소식에 애통해 하는 심사를 표현한 남명의 시다. 남명은 만년에 지리산 덕산 사륜동에 집터를 잡고 살기 시작하면서 봄나물 사방에 돋아나고 은하가 십리(지리산서 흘러내린 물)인데 무슨 걱정이 있으랴 하면서 초야에 묻혀 사는 것에 자족하였다. 오늘날에는 옛 선비처럼 가난을 미덕으로 여길 시대는 아니다. 다만, 그들이 남겨준 절약과 검소한 마음가짐을 서로 권하면서 실천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김해일보  gimhae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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