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어느 날 할머니가 손녀를 무릎에 앉혀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얘야, 세상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착한 여우와 못된 여우 두 마리가 함께 살고 있단다. 그 중 착한 여우는 항상 자비, 사랑, 고요함, 친절, 따듯함, 지혜, 자각, 통찰들만 좋아하고, 못된 여우는 탐욕, 성냄, 분노, 미움, 시기, 질투, 어리석음을 좋아한단다. 그리고 이 둘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날마다 끊임없이 싸우고 있단다.” 그 이야기를 듣던 손녀가 “할머니! 그러면 그 두 마리 여우는 누가 이겨요?”라고 동그랗게 커진 눈망울로 물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그야 당연히 네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기지!”

 부처님은 우리 인간에겐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 즉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이 치성하여 그로 인해 행복한 삶과 훌륭한 인간관계 형성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불교의 다양한 수행 방법들은 모두가 이러한 삼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갈망에 그 출발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의 8만 4천가지 법문은 번뇌의 지옥에서 벗어나 행복에 이르는 이고득락의 가르침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행복과 웰빙을 장애하는 삼독에 대해서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라 여기고 가볍게 여기거나 쉬운 가르침으로 다루어 버립니다. 그리고는 이 세 가지 독성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탐욕의 독성은 우리에게서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진실을 즐기며 누릴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을 박탈해 버립니다.

 성냄의 독성은 자신과 이웃의 웰빙을 파괴하고, 사랑을 미움과 공격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어리석음의 독성은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망각하게 하여 모든 일을 잘못된 선택으로 이끌고, 끊임없이 방황하고 갈등하게 만듭니다. 심지어는 사바세계를 인욕과 회잡의 세계라고 단정 짓고 탐진치 삼독은 동행해야 할 숙명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 탐욕을 추구하는 인생이 실제로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 삶인지를 관념으로만 받아들이고, 오히려 탐욕에 익숙해져 버립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은연중에 탐욕이 행복과 웰빙으로 가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오히려 탐욕으로 일관된 삶을 살게 됩니다.

 탐욕이란 필요 이상으로 구하는 것, 과거에는 필요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원하고 구하는 것, 또 지금 필요하지 않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염려로 원하고 구하는 것 등과 관련된 욕구와 행위를 말합니다. 이러한 탐욕은 지금·여기에 머무는 것과, 이 순간의 체험을 방해하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만족을 모르는 마음을 일으켜 집착의 대상을 쫓아 다니게 합니다. 탐욕은 과거와 미래에 붙잡혀 현재에 주어진 경험들을 충분히 즐기는 기회를 놓치게 하므로 삶의 진정한 즐김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구하여도 탐욕이 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원력(願力)이라는 것입니다. 원력이란 대승불교 수행의 이상적인 모델인 보살들이 고통으로 신음하는 중생들을 구제하고 함께 깨달음을 성취하여 불국토를 이루겠다는 원대한 삶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려는 의지를 말합니다. 따라서 탐욕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한 고려 없이 개인이 탐하는 욕심을 말하지만, 원력은 나와 더불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원하는 이타적인 서원의 힘을 말합니다.

 탐욕은 자기중심적 자아의식의 작용이 생겨나고, 원력은 타인 중심적인 자아초월적 작용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탐욕은 소외, 우월, 좌절, 분노, 질투, 무지 등 부정적인 에너지를 동반하고, 원력은 자비, 지혜, 사랑, 용서, 평화, 감사, 기쁨 등 긍정적인 에너지를 동반합니다.

 이 두 가지는 어둠과 밝음과 같이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탐욕과 원력 사이를 오가며 갈등하는 기회가 주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자기중심적 상태에서 불쾌, 불안, 긴장, 짜증, 좌절, 소외 등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간혹 자아초월적 상태에서 사랑, 용서, 감사, 기쁨 등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원함을 성취해가는 과정에 자각이나 통찰이 얼마나 개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는 항상 탐욕과 원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데, 탐욕하는 마음이 걸림돌을 만나면 바로 분노와 공격성으로 변질됩니다. 그렇게 일어난 분노와 강도의 결과는 탐욕의 크기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러나 원력이 걸림돌을 만나면 그 걸림돌은 오히려 디딤돌로 작용을 합니다.                 
불교의 가르침은 탐욕을 다스려 원력으로 바꾸는 수행을 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법화경> 수희공덕품의 가르침인 “부처님께서 성불하시어 이 세상은 이미 깨달음의 세계로 열려 있다. 모든 중생들이 미혹을 버리고 공덕을 쌓는 일에 기쁨으로 동참한다면 그 복락은 무량하다”라는 의미는 우리 모두가 자기중심적이 아니라, 이타적인 에너지를 위하여 다 함께 부처님의 가피를 받는 삶을 살라는 것이며, '공덕 쌓기' 수행을 통해 보살의 원력을 세우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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