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깜깜.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깜깜'이라는 단어는 '아주 까맣게 어두운 모양'이다. 어떤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잊은 모양이기도 하다. 내용 파악이 어렵고 결과를 예상하기 힘들 때 우린 '깜깜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한 달여 남은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말 그대로 '깜깜'이다.
 
 내달 13일은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일이다. 김해 관내에는 김해축협 등 14곳 조합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진영농협 △주촌농협 △진례농협 △한림농협 △생림농협 △상동농협 △대동농협 △김해농협 △장유농협 △부경양돈조합 △영남화훼원예농협 △경남단감 원예농협 △김해축협 △김해시 산림조합이다.
 
 누구나 알듯 조합장 선거는 현직 조합장에게 너무 유리한 선거다. 우선 조합장 선거는 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나 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와는 달리 예비후보 등록 제도가 없다. 예비후보는 현역 정치인과 신인 정치인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선거운동 기간 전에도 예비후보로 등록을 하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조합장 선거는 예비후보 등록 제도 자체가 없기에 조합장이 아닌 후보들은 선거운동에 애를 먹고 있다.
 
 또 현 조합장은 조합원의 전화번호나 주소 등 신상을 파악하고 있는 반면에 조합장이 아닌 후보는 조합원 명부를 구할 수도 없고 주소를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조합원들을 찾아다니는 일 자체가 선거법에 저촉된다.
 
 실제로 한 조합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과 접촉을 시도해보니, 현 조합장은 하루 종일 통화중으로 인해 통화 자체가 힘들었다. 사실을 확인해 보니, 수백에서 수천에 이르는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새해 인사 등 안부를 전하고 있어 외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조합장이 아닌 후보군은 비교적 전화연결이 수월했다. 
 
 현 조합장으로 이번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한 인사는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조합원들과 통화를 시도하면 150명 정도와 통화가 가능하다"며 "조합원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아니면서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한 인사는 "알고 지내는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물론, 후보자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번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2월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후보자 등록 신청을 하고 2월 28일부터 선거일 하루 전인 3월 12일까지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선거공보물과 선거벽보가 제출되지만 현 조합장에 비해 조합장이 아닌 후보는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현 조합장으로 이번 선거에 나서는 한 인사는 "조합장 선거는 현 조합장이 아니면 선거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며 "현 조합장인 내가 봐도 조합장 선거는 현 조합장에 너무 유리하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아닌 한 후보는 "조합원들에게 나를 알릴 수 있는 후보 초청 토론회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대로라면 현 조합장의 재선 가능성이 80% 이상일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 후보의 요청으로 지역 언론사가 주최하는 조합장 후보 초청 토론회를 여는 것이 가능하냐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를 했더니, '선거법 위반'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후보 등록을 하면 어느 정도 크기의 띠를 두르고 조합원을 상대로 자신을 알릴 수 있고, 공보물과 벽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잇따랐다. 후보 초청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에 후보를 불러 토론회를 열면 불법이라는 것이다.

 조합장 선거는 각 조합이 알아서 처리하던 것을 부정과 위법을 막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각 조합들로부터 수탁 받아 실시해 왔다. 그러다가 4년 전인 2015년 3월 13일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치러졌다. 그리고 올해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부정과 위법이 만연했던 조합장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가 수탁 처리하면서 불법을 원천봉쇄하는 것에 노력하자 현 조합장에게 터무니없이 유리한 기형적인 선거가 돼 버린 것이다.
 
 이번 선거의 슬로건은 '아름다운 선거 튼튼한 우리 조합'이다.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는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똑같이 조합원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를 가지는 것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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