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선비문화를 찾아서 (4)

 주세붕은 남명보다 6세 연상이지만 다정한 벗처럼 교유하며 시국을 논하고 도학(유학)을 강마한 사이다. 한적한 산촌에  먼 길을 마다하고 1590년 9월에 산해정으로 남명을 찾아 지은 운자. 그 시는,

 푸른 산 아래의 그윽한 집 세 갈래 강은 바다 입구로 흘러드는구나. 움직이는 곳을 끝없이 보고 있노라니, 고요함이 귀하다는 것을 홀로 알겠네.
 幽居靑山下 三江入海門 無窮看動處 獨識靜爲尊

 두 사람은 서로가 처한 입장은 다르지만 산수 간에 자연을 벗하며 수양하는 선비의 전형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지은 오륜가(五倫歌)의 작품은 서시(序詩)를 포함하여 모두 6수로 이루어진 연시조로, 삼강오륜의 유교 사상을 노래로 표현한 교훈적이고 도덕적인 시조이다. 오륜의 다섯 덕목 중, 붕우유신(朋友有信)을 제외하고 대신 형제우애(兄弟友愛)를 첨가하여 국문으로 쉽게 풀어 써
노래 부르게 함으로써 일반 백성들을 교화(敎化)하고자 지은 것이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제1수는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고 단정하여 앞으로 이어질 내용의 성격을 암시한다. 이어서 제2수는 초장에서 부생모육지은(父生母育之恩)을 노래하고 종장에서 부모의 은혜가 끝이 없음을 노래하여 훗날 정철의 ‘훈민가(訓民歌)’와 거의 비슷한 내용을 이룬다. 제3수는 군신 간의 관계를 하늘이 맺어 준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여기서 ‘둉’은 ‘신하’를, ‘항것’은 ‘임금’을 가리키는 것이다.

 종장에서는 신하가 임금에 대해 두 마음을 가지는 일이 없이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제4수는 아내가 남편을 하늘처럼 공경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손님 대하듯 정성껏 대하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이어 제5수는 형제가 한 어머니 젖을 먹고, 또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장성한 만큼 서로 불화하면 개나 돼지와 같으니 부디 형제간에 우애하고 화목하기를 당부하고 있다. 제6수는 아랫사람이 웃어른을 부모와 형같이 공손하게 모셔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남명이 스님의 시축(詩軸) [次景游韻題僧軸]에서 백운산은 산청군 단성면 백운리 안쪽에 있는 산을 말하고, 신응사는 하동 화개면 신흥리에 있던 사찰이다. 남명은 한때 신응사에서 글을 읽다가  시를 한수 지었으니[讀書神凝寺],

 아름다운 풀로 봄 산에 푸르름 가득한데,
 옥 같은 시냇물 사랑스러워 늦도록 앉아 있노라.
 세상을 살아 가노라면 세상 얽매임 없을 수 없기에,
 물과 구름을 다시 물과 구름에 도로 돌려주고 돌아온다.

 瑤草春山祿萬里,   요초춘산녹만리,
 爲憐溪玉坐來遲.   위연계옥좌래지.
 生世不能無世累,   생세불능무세루,
 水雲還付水雲歸.   수운환부수운귀.

 

 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연구원장/ 남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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