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책방 20]

 

현의 노래


 현의 노래 / 김훈 지음
 문학동네 / 323p / 1만 3천 원

 김해에는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가야금 앙상블이나 사단체는 여럿 있다. 하지만, 시립연주단으로선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이 유일하다.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1998년에 창단됐다. 전통음악에서 현대음악, 기악곡에서 성악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정제된 한국음악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연주단이다. 김해를 문화의 도시로 알리는 데 폭넓은 기여를 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예술단체이다.


 우리는 가야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피아노 학원이 골목마다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야금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해만큼은 가야금이 익숙하다.


 김훈의 '현의 노래'는 가야금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김훈의 작품이라면 '칼의 노래' '남한산성'이 더 유명하지만, '현의 노래'도 사람들이 기억하고 읽었으면 한다. '현의 노래'에서 우륵이 가야금을 만드는 장면은 이렇다.

 "니문이 야로의 끌로 버팀목 열 두 개를 깎아냈다. 우륵은 줄마다 버팀목을 하나씩 받쳐넣었다. 줄들은 버팀목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뉘었다. 맨 아래쪽 줄은 왼쪽이 길었고 올라가면서 오른쪽 줄이 길어졌다. 금은 길이가 다섯 자 다섯 치에 폭이 한 자 세 치로 사람의 키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았다. 굵고 가는 줄들이 가지런히 들어섰고 버팀목들이 들어선 모양이 날아가는 기러기 떼의 대열과 같았다."

 역사의 기록에 김훈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이 더해져 묘사한 가야금의 탄생 장면이다. 눈앞에 가야금이 보이는 듯하다.

 우리 역사에서 가야금이 등장하는 가장 이른 기록은 '삼국사기'다. 가실왕이 12현금을 제작하였는데, 이는 12월의 율을 본받은 것이다. 가실왕은 우륵에게 명해 곡을 짓게 하였다. 이 악기의 이름이 가야금이다.

 김해에 전해지는 가야금의 유래도 있다. 가락국 2대 거등왕과도 관련이 있는 유래로, 조선 중종 때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남겨진 '가야 땅에서의 탄금' 기록이다.

 거등왕이 칠점산(현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사는 선인을 초청했다. 선인은 금을 안고 배를 타고 와서 바둑도 두고 노래하며 즐겁게 놀았다.
 그곳이 초현대, 지금의 초선대이다. 초선대의 암벽에 얕은 선각으로 새겨진 마애불(경남도유형문화재 제78호)을 중심으로 전해져오는 이야기이다.
 
 '현의 노래'는 가야금의 예인 우륵의 생애를 다룬다. 김훈 작가가 '칼의 노래'를 쓰기 전부터 기획했다고 알려져 있다. 김훈 특유의 문장, 유려하고 밀도 높은 언어를 음미할 수 있는 소설이다. 처참히 무너져 내리는 가야국의 현실 속에서 우륵과, 가야금과 노래를 아름답고 슬프게 되살려냈다.

 소설 속에서 왕은 우륵에게 가야금의 소리를 이렇게 만들 것을 명했다. "들어라. 금이 갖추어지면, 여러 고을의 소리를 따로따로 만들어라. 고을의 말이 다르고 산천과 비바람이 다르다고 들었다. 그러니 어찌 세상의 소리를 하나로 가지런히 할 수 있겠느냐. 고을마다 고을의 소리로 살아가게 하여라."

 김해의 가야금은 어떤 소리를 내는가, 마음을 기울여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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