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김해문화재단 직제 개편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번 직제 개편에 대해 김해시는 재단 내 전문가들이 소속 시설을 관리하기에 더 효율적이라고 하지만 어떤 이는 현장을 무시한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이라며 폄하한다. 시의 한 관계자는 전문집단에 용역을 주어 얻어낸 결과에 따라 직제를 개편했으니 우선 이대로 시행했다가, 문제가 있으면 더 나은 방식으로 개선하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수억 원의 시민 혈세를 쏟아부어 수개월에 걸쳐 조직 진단을 한 후 얻어낸 결과물(직제 개편)이 마뜩잖다는 것이다. 시민과 방문객이 재단 소유의 시설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직제가 개편됐다기보다는 관리 주체가 수월히 관리할 수 있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이번 직제 개편에 따르면 문화의전당 M층에 위치한 윤슬미술관은 전시공간으로 분류돼 클레이아크미술관장이 관리한다. 클레이아크미술관장은 문화예술본부 소속이다. 그래서 윤슬미술관에 어떤 일이 발생하면 미술관 직원은 진례에 있는 클레이아크미술관에 상주한 관장에서 보고를 해야 하고 윤슬미술관에 대한 보고를 받은 클레이아크미술관장은 개편된 직제에 따라 문화의전당 2층에 사무실을 둔 문화예술본부장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문화예술본부장은 크게 고함을 치면 들릴 수도 있는 곳에 위치한 윤슬미술관의 일을 20km가 넘게 떨어져 있는 클레이아크미술관을 거쳐 보고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제가 그렇게 돼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시시설로 분류된 윤슬미술관과 관련된 일은 클레이아크미술관장의 지시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재단관계자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직제는 직제고, 실제 일처리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1억 6천만 원이라는 혈세를 들여 조직을 진단했고, 직제 개편은 왜 했단 말인가.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직제 개편을 했다면 따라야 할 것이고, 관리가 효율적이지 않은 직제 개편이라면 하지 않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중대형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김해에는 문화의전당과 클레이아크미술관, 서부문화센터 등 공연 전시 시설을 비롯, 가야테마파크, 김해한옥체험관, 낙동강 레일파크, 김해천문대 등 시민이 가까이 두고 즐겨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쌔고 쌨다. 문화재단의 직제 개편은 이 공간들을 시민이 더 편리하게 사용하게끔해야 하고 한 명의 타지인이라도 김해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김해문화재단의 이번 직제 개편을 두고 조언을 해 준 지역의 한 문화인과 나눈 대화를 그대로 옮기니 재단 관계자는 귀담아듣기를 간청한다.

 "이번 직제 개편을 가만히 보면 재단 전체를 통합하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당과 미술관, 관광지가 없어지고 관리자만 남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통합해 관리하겠다는 게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겠다. 하지만 문화인의 시각에서 보면 이런 직제 개편은 시민에게 더 많은 문화혜택을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공무원들은 재단이 업무적으로 통합되는 게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재단의 직제를 시청의 조직처럼 만들어 놓으면 부서끼리 긴밀히 협조해 복지, 문화,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큰 착각이다. 이런 직제 개편은 부서끼리 경쟁만 유발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문화의 본질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율성은 사라지고 경쟁 구도 속에서 수익성에 더 집착하게 될 것이라는 거다. 부서 이기주의나, 기관 이기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문화재단은 어떻게 하면 시민에게 더 많은 문화혜택을 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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