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왕의 숨결(15)

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협회장

 가야 마품왕 때 조상 대대로 활과 화살을 잘 만드는 명궁 집안에 경원이란 청년이 있었다.


 경원은 이 집안의 장손으로서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기술로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가야 최고의 명궁 제작 장인으로 인정받았다. 이를 계기로 같은 나이인 왕자 거질미와도 가까워지게 되었다.


 경원은 조정의 배려로 견문을 넓힐 겸 외국에 다녀올 일이 있어 그곳에서 일을 마치고 철을 수출하고 옥을 수입하는 배편을 이용하여 귀향하고 있었다. 금관가야 김해 항으로 가까이 오던 중 갑자기 거대한 풍랑을 만나게 된 것이다. 배와 선원들은 손을 쓸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파도에 휩쓸려 갔다. 경원도 역시 풍랑에 휩쓸려 정신을 잃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는 어찌 된 영문인지 자기가 거북의 등에 실려 있는 게 아닌가. 드디어 어느 섬에 도착했다. 거기는 숲이 우거져 있었는데, 대나무같이 생긴 신우대가 군락을 이루었다. 경원은 자세히 보았다. 화살 재료로서는 화상적인 신우대가 아닌가. 가까이 가려했으나 엄청난 구렁이들이 득실거리고 있어 포기하고 말았다.


 경원이는 다시 거북을 타고 육지에 도착하였는데, 거북은 경원을 태워 주고는 유유히 바다로 사라졌다. 경원은 그 섬을 신우대를 꺾어 화살을 만들고 싶었으나 혼자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었다. 왕자 거질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다. 왕자는 기꺼이 응하고는 자기도 함께 가기를 원했다. 왕자는 부왕 마품왕에게 말씀드렸는데 왕은 아들에게 말했다.


 “천년 묵은 구렁이는 곧 용이 될 터인데 ‘이무기다’ 하며 소리치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나 ‘구렁이다’하고 소리치면 용이 못되고 사람에게 큰 해를 입히느니라”하셨다.
 왕자는 경원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이런 내용을 이야기하고 배를 타고 섬으로 갔다. 드디어 섬에 도착하여 들어갔는데 거대한 구렁이가 무서운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일제히 ‘이무기다’하고 소리쳤다.


 구렁이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며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는 섬 주위를 여러 바퀴 돌고는 수직으로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었다. 군사들은 겁에 질리기도 하고 신비하기도 하여 엎드려 절을 하였다.
 정신을 가다듬고 신우대 작업을 진행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난데없이 독수리 떼가 알아오는 게 아닌가. 마구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어느 병사가 불을 지펴 연기를 내며 ‘연기! 연기!’하였다. 병사들은 칼을 휘둘러 독수리를 쫓으면서 나무에 불을 붙여 연기를 내었다. 의외로 연기에 약한 독수리 떼들은 물러서서 달아나는 것이었다.


 “야! 독수리를 물리쳤다”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젠, 순조롭게 작업을 진행했다. 일행은 배에다 신우대를 가득싣고 돌아왔다. 바라던 최고의 재료를 얻은 경원의 솜씨는 신들린 듯 하였다. 드디어 명 화살이 탄생된 것이다. 화살촉은 백발백중 신궁 소리를 듣게 하였다. 군대의 격찬을 받았고 가야는 신라와 겨루어 우위를 갖고 여러 성을 공격하는 등 국방력이 매우 튼튼해졌다.


 임금님은 왕자와 경원에게 큰 칭찬과 상을 내리셨다. 하지만 이 소문이 퍼지자 적군 신라에서 염탐꾼을 보내어 그 비밀을 알아내 몰래 숨어 들어와 재료를 베어 가는 것이었다. 가야 조정에서는 논의 끝에 군사를 배치하여 이 섬을 지켰다.


 이 곳이 바로 곤지도였는데 지금은 지각의 변동으로 들 가운데 위치하여 곤지 혹은 꼰지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진다. 기록에 의하면 임진왜란 때 이곳의 신우대를 화살로 만들어 이순신 장군 병영에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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