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번째 도서 / 여행생활자

여행생활자

 스물세번째 도서 / 여행생활자
 유성용 지음 / 사흘 / 392p / 1만3천800원

 추천 / 안현균 장유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요즘음의 여행기들을 읽다 보면 “독자들을 ‘부럽게’ 만들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여행이 얼마나 특별하고, 자신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를 경쟁하듯이 써내는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면 지적, 정서적으로 그다지 남는 것이 없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책은 위에 말했던 종류의 책들에 질린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여행이 곧 생활이 되어버린 지은이의 여행 이야기는 지극히 개별적이지만 현대사회의 (또는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지극히 일반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반화된 개별성은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해준다.
 “생활에 찌든 자들은 산정으로 올라야 하고 죽음에 찌든 자들은 마을로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분명 그 길은 넓게 열려 있어야 한다. 그 길을 막아두고 자동펌프처럼 생활의 의욕만을 자꾸 밀어붙이는 사회는 참으로 무서운 사회일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주변 지인들의 SNS에서 여행 이야기를 보면 공감보다는 부러움이 들고,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나는 일에 파묻혀 허덕이고 있는데, 누군가는 근사한 여행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시간적 여유도 없고 지갑 사정도 빠듯한데, 누군가 해외여행지에서 이런 저런 감동을 받았다고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눌러줘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사실은 “또 자랑질이야?” 하는 불편한 마음이다. 반대로 자신이 그런 여행담을 올릴 때도 ‘나는 지금 이 정도로 행복해, 부럽지?’하는 마음이 더 크다.
 서점에 가면 여행책자들이 즐비하다. 사진도 좋고, 경험담들도 그럴듯하다. 이 사람들은 무슨 복이 있어서 여행도 마음껏 가고, 책을 내서 유명해지고, 돈까지 벌고 있나 싶어 부러워진다. 부러움을 넘어 질투가 날 지경이다. 이쯤 되면 안현균 사서의 말처럼 책의 목적이 ‘독자들이 부러움을 느끼게 하려고’ 쓴 게 아닐까 의심스럽고 약도 오른다.
 여행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여행지의 정보를 얻기 위함이 아니다. 여행을 가지 않고도 간 것처럼 정서적으로 공감하거나, 빡빡한 일상 속에서도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싶을 때,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곳의 풍경을 보고 싶어 책을 펼치게 된다. 그 책이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때 우리는 앉은 자리에서 바로 여행을 떠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유성용의 ‘여행생활자’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여행가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바쁜 일상에 묶여 있는 ‘쓸쓸한 생활자’를 위한 여행기다. 저자는 중국, 티베트, 인도, 스리랑카, 네팔, 파키스탄 오지로 떠났다. 가난하고 늙었지만 맑은 눈과 영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고, 특별할 것 없는 쓸쓸한 풍경을 보았다. 그 여행길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진실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여행의 꿈을 놓지 못하는 생활자들을 위한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책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글과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 책이다. 오죽하면 한 언론에서 ‘책장넘기다 마음 베일라’라고 했을까.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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