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왕의숨결 (13)

 

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협회장

생명을 구한 음악(2)
  
 이 동네 사람들은 평소 음악이나 춤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랫마을 사람들은 악기 있는 집들이 있다는 말에 빌려올 수 있으면 최대한 갖고 와서 연주하는 시늉이라도 하라 하였고 노래도 부르라고 하였다. 십현금과 비슷한 슬, 동물뼈로 만든 피리, 북 등을 빌려왔다.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여 빌려 와 악기 소리를 내었다. 노래는 아는 노래가 별로 없어<구지가> 노래 <수로왕 홀아비> 노래를 겨우 부르기도 하였다.
 
 그대는 갔구려 떠났구려
 머나먼 아유타서 시집왔을 때
 앳된 모습 고운 모습 선하다오
 석탈해와 싸울 때나 계림과 국경전쟁
 그대가 곁에 있어 큰 힘 되었소
 열두 자녀 낳아준 황옥 공주여
 아들 딸 훌륭하게 키워주었고
 그대가 곁에 있어 행복했었소
 과인도 머지않아 그대 만나리
 과인도 머지않아 그대 만나리

 현후 청년도 피리를 연주하였음은 물론이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거의 죽어가던 아이들이 다시 생기가 돌고 일어나는 게 아닌가. 부모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였다. 사람들은 청년에게 백배 감사를 표했다. 청년은 동네 사람들의 칙사 대접과 예우를 물리치고 갈 길을 재촉하여 떠났다. 그 이후 이 동네 사람들은 음악, 춤, 시 그리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여 심성이 부드러워졌고 이웃 간의 다툼이나 병에도 잘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석탈해의 도전받다

 
 사람들의 추대로 왕이 된 수로는 도읍을 정하고 궁궐을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도움읍 정하고자 한다."
 임시로 거처하는 집에서 남쪽 신답평에 행차하여 사방을 바라보다가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곳은 마치 여뀌잎처럼 좁지만 빼어나게 아름다워 학문과 덕행이 높았던 열여섯 나한이 머물만 하다."
 그러고는 나라 안의 장정과 기술자를 동원하여 먼저 성을 20여일 만에 쌓았다. 궁궐과 나머지 집들은 농합기를 이용하여 틈틈히 지어 이듬해 완성하였다.
 왕은 좋은 날을 가려 새로운 궁궐로 이사하여 모든 큰 정치의 틀을 살피고 여러가지 일들을 신속히 처리했다. 이렇게 새로운 국가의 출발은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 무렵 느닷없이 탈해가 왕위를 빼앗으려고 수로왕을 찾아왔다. 그는 일찍이 완하국 함달왕의 부인이 임신하여 달이 차서 알을 낳았는데 사람으로 변한 왕자이다. 신장이 3자 머리 둘레가 1자인 그는 바다를 따라 가야국으로 와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궁궐에 들어와서 왕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의 왕위를 뺏으러 여기에 왔소."
 탈해가 왕위를 빼앗으려는 의사를 서슴없이 표하자 수로가 말하였다.
 "하늘이 나에게 명령하여 왕위에 오르게 한 것은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편안케 하려 함이다. 감히 하늘의 명을 어기고 왕의 자리를 남에게 줄 수 없노라."
 "그렇다면 술법으로 겨뤄 보겠는가"하며 당돌하게 말했다.
 왕이 좋다고 말하자 갑자기 공중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더니 '휘익 야아'하는 소리와 함께 탈해가 먼저 매가 되었다. 이에 수로왕은 '야앗'하는 기합과 함께 독수리가 되어 매의 곁을 무섭게 낳았다. 실로 순간적이었다. 다시 탈해가 참새로 변하자 왕은 새매가 되어 참새를 위협하듯 수직으로 오르내렸다.
 백성들은 호기심에 참 얼굴로 구경하다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탈해가 포기한 듯한 표정이 되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왕도 본래의 모습으로 변했다. 탈해가 엎드려 정중히 항복했다.
 "제가 술법을 겨루면서 매가 독수리에게, 참새가 새매에게 잡아먹히기를 면한 것은 모두 대왕께서 생명을 죽이기를 싫어하는 어진 마음을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대왕과 감히 왕위를 다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백성들은 일제히 함성을 올렸다.
 "수로 대왕님 만세 만세 만세!"
 탈해는 왕에게 절한 뒤 떠나 근교의 나루터에 이르러 중국의 선박이 왕래하는 물가를 따라 배를 타고 계림으로 달아났다. 왕은 탈해가 다시 반란을 일으킬 것을 염려하여 "지금 즉시 가야 수군 500척을 집결하여 탈해를 못 오게 쫓아라."
 해양국가 가야의 막강한 수군은 탈해를 뒤쫓아가 다시 오지 못하게 하였다.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