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책방 16]

 

 그대, 그리움을 아는가 / 강담운 지음, 이성혜 옮김 / 보고사 / 142p / 7천 원

 "구지봉 머리에 붉은 노을 비치고 /후릉의 송백엔 가을바람 이네. /상심한 한 조각 파사의 돌 /늘어진 풀 쓸쓸한 안개 참으로 적막하다." 가을날 구지봉과 허왕후릉의 해질녘을 그림처럼 보여주는 시다. 조선의 여인 지재당 강담운이 쓴 한시를 한문 고전학 문학박사인 이성혜가 우리말로 풀어썼다.


 이 아름다운 시를 볼 수 있는 시집이 ‘그대, 그리움을 아는가’이다. 강담운은 김해에서 살았던 기생이다. 강담운이 언제 태어났는지, 언제 이 세상을 떠났는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강담운이 사랑했던 차산 배전(1843~1899)의 기록과 강담운이 남긴 시를 통해 짐작할 뿐이다. 차산 배전은 김해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차산은 조선말에 활동한 개화 사상가이자 문인화가이다. 강담운은 20살 즈음에 차산을 만나 평생 그를 지극히 그리워했고, 김해의 산과 강과 하늘을 아꼈으며, 그 마음을 한시에 담아 여성한문학의 맥을 이어갔다.


 시서화에 뛰어난 문인화가였던 차산과 강담운이 깊은 사랑을 나누었던 것은 그들의 호가 말해준다. 당나라 때의 시인이었던 가도(賈島)의 시 중에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이 있다. ‘지재차산중’은 ‘오직 이 산속에 있다’는 뜻이다. 사물이 일정한 범위 밖으로 나가지 않음을 이른다. 이 구절에서 배전은 ‘차산’을 취하여 자신의 호로 삼았고, 강담운은 ‘지재’를 취해 호로 삼았다.

 강담운은 스스로 오직 차산 안에서 살아가고 존재할 것을 자신의 호로 약속했던 것이다. 차산은 강담운의 시를 엮어 ‘지재당고’를 펴냈는데, 그 시집 앞에 ‘一心人 裵此山 校(일심인 배차산 교)’라고 썼다. 변치 않는 한 마음을 가진 배차산이 교정을 보았다고 썼으니, 강담운을 아낀 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시집 ‘그대, 그리움을 아는가’는 ‘지재당고’를 우리말로 풀어 엮은 시집이다. 차산을 그리워하는 시와 김해의 산천을 담은 시들이다. 한문시 원본도 수록하고 있는데, 우리말과 대조하면서 읽어보면 우아하고 담백한 한시의 품위를 느낄 수 있다.

 강담운은 김해의 자연을 노래한 ‘금릉잡시’를 썼는데, ‘금릉’은 김해를 아름답게 이르는 말이다. ‘금릉잡시’를 읽어보면 옛 김해의 모습이 보인다.


 "연자루 앞 버들개지 /버들개지 제비새끼 비스듬히 나네. /제비는 꽃을 쫓고, 꽃은 제비를 쫓아 /성 안의 여러 집으로 흩어져 들어가네." 이 시는 호계천 위에 있던 연자루에서 본 봄날의 풍경이다. 연자루는 일제감정기에 철거됐고, 그 일대도 모습이 바뀌었으니 강담운의 시에서나마 옛 모습을 떠올려본다.
 "여뀌꽃 핀 섬 가을빛이 그림 속에 들어오고 /끊어진 노을 맑은 비단 그 경치 어떠한가. /초선대 옆에 말 세우고 /온 산 붉게 물든 신어산을 바라보네." 초선대, 신어산은 지금도 볼 수 있다. 강담운이 말을 타고 가다가 신어산의 단풍에 넋을 빼앗긴 어느 가을날의 풍경이다. 초선대에서 신어산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강담운의 한시는 그리움의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어 한국한문학사상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담운의 시를 통해 바라본 김해는 다정하고 아름다운 고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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