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번째 도서 / 우리 가족

 

  스물두번째 도서 / 우리 가족


 하세가와 슈헤이 지음, 김영순 옮김
 문학과지성사 / 32p / 1만1천700원

김이석 사서

 추천 / 김이석 인재지원육성과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올해 저에게도 아이가 생깁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더 끌립니다. 배를 타고 해외를 떠도는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으로 아들과 함께 살아나갑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는 조용하게 이어지지만 그 속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림은 무심한 듯 하지만 인물의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며, 선명한 색채감으로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외 하세가와 슈헤이 작가의 추천 그림책으로는 '가슴이 콕콕', '홈런을 한 번도 쳐보지 못한 너에게' 등이 있습니다.
 

 △"우리는 한 배를 탔어!" 뭔가 거창한 일을 앞두고 동지의식을 강조할 때, 혹은 배신을 경계할 때 이런 말을 한다. 그렇게 심각한 경우 말고 우리의 삶 속에서 찾아보자.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가족'이라는 배에 타게 된다. 그 배를 타고 인생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다.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면 함께 힘을 모아 이겨내야 한다.
 엄마, 아빠, 아들이 함께 탔던 배에서 엄마가 먼저 떠났다. 일 때문에 먼 나라에 있던 아빠가 돌아와 아들과 둘이서 지내야 한다. 영원한 동반자를 잃은 아빠, 포근한 엄마를 잃은 아들. 아빠와 아들은 가족 구성원 중 가장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세 명이 몰고 가는 배를 이제는 둘이서 몰아야 한다. 아빠와 함께한 시간이 별로 없었던 아들은 단둘이 지내는 생활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자꾸만 어색하다. 아빠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줘야 하는데 조금 서툴다. 어쩌면 막막하고 슬픈 상황이지만, 이 그림책은 잔잔하고 따뜻하게 두 사람의 풍경을 보여준다.
 패스트푸드를 먹는 아들이 못내 안타까운 아빠는 요리를 만들지만, 아들은 아빠가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이 편하지가 않다. 아들이 생각하는 아빠는 그냥 듬직한 아빠였기 때문이다. 아빠와 아들은 '둘이서 행복하게 살기 프로젝트'를 만들어간다. 둘은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을 추억으로 채워나간다. 추억의 주인공은 엄마이다. 아들은 자신이 모르고 있던 '아빠와 엄마의 시간'을 알게 되고, 아빠는 '엄마와 아들의 시간'을 알게 된다. 비록 엄마는 없지만, 아빠와 아들 사이에는 엄마가 있었다.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는 강한 사랑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아빠와 아들은 이제 새로운 시간을 채워가며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한다.
 하세가와 슈헤이는 이 그림책을 위해 수채화의 빨강, 파랑, 노랑, 삼원색만 사용하여 그림을 완성했다. 빨강은 아이, 파랑은 아빠, 노랑은 엄마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삼원색이 만나면 거의 모든 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삼원색으로 만들어진 다양하고 풍부한 색감의 그림에는 가족으로부터 파생되는 무한한 힘과 에너지가 담겨 있다. 그림책과 문학 작품을 통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온 작가의 마음도 느껴진다. 
 그림책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엄마는 떠나지 않았구나, 엄마는 여전히 아빠와 아들을 꼭 껴안고 있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함께라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존재, 가족은 얼마나 소중한가.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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