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는 기해년(己亥年)으로서 황금돼지의 해라고 부릅니다. 이는 기해년의 해당 오행(五行) 중 천간(天干)의 기(己)가 토(土)를 의미하며 그것이 의미하는 색깔은 황색이고, 지지(地支)는 해(亥)로써 돼지를 표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00년경부터 정해년 황금돼지해에 태어나는 사람은 좋은 일만 겹쳐지는 팔자를 갖게 된다는 속설을 시작으로 을해년, 정해년, 기해년, 계해년 등 토의 천간을 갖는 돼지띠를 황금돼지 띠에 해당한다고 부풀리고 있습니다. 어쨌든 풍요를 의미하는 황금과, 다산과 재물을 의미하는 돼지가 합쳐졌으니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 해일 것 같습니다. 황금돼지해 모든 이루고자 하는 소원이 원만 성취되시기를 서원 드립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돼지를 매우 길한 동물로 여겨 돼지꿈을 꾸면 복이 굴러들어 온다고 믿었습니다. 원래 돼지는 멧돼지처럼 야생에서 살던 동물입니다. 인류가 돼지를 가축으로 길들여 기르게 된 것은 대략 6천년쯤 전으로, 비교적 인구밀도가 높았던 서아시아지역의 수렵인들이 종래의 생활을 바꾸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약 4천800년 전, 유럽에서는 약 3천500년 전이며, 한국에 개량종 돼지가 들어온 것은 1903년경의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돼지’ 하면 둔하고, 더럽고, 욕심 많은 짐승을 떠올립니다. 돼지가 욕심꾸러기의 상징이 된 것은 돼지가 음식을 가리지 않는 습성을 가진 잡식성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입니다. 그러나 실상 돼지는 매우 청결한 동물로서 개보다 높은 지능을 갖고 있으며, 혼자 따로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고 항상 몇 마리씩 같이 행동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사회적 동물이라 구분합니다. 특히 돼지는 임신 기간이 114일로 일 년에 두 번 새끼를 낳을 수 있으며, 한 번에 낳는 새끼의 수는 대략 열 마리쯤으로 어미돼지 한 마리가 1년 동안 2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을 수 있어서 다산의 상징으로 꼽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속성을 가진 돼지가 황금을 만나면 매우 길한 기운을 뿜어낼 것이 분명합니다.

 이처럼 돼지의 상징인 욕심을 두고 얘기한다면 돼지보다 오히려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로 바빠집니다. 인간이 가진 욕심은 나무에 매달린 가지와 같아서 끊임없이 새롭게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욕심이 치성하게 되면 결국 그 때는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욕심을 가지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적당한 욕심, 적당한 욕구는 인간 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욕심과 욕구가 눈부신 과학 발전을 가능케 했지만 지나친 욕심으로 파멸을 낳는 경우를 왕왕 보아왔습니다. 왜냐하면 인간도 돼지처럼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어리석은 사람들은 생사의 애욕 때문에 재물, 색, 음식, 수면, 명예 등 다섯 가지 쾌락의 짠 물을 마신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쾌락에 곧 싫증을 내곤 하지만, 한 번 맛본 쾌락은 쉽게 끊을 수가 없는 것이 이치라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그렇다면 비구들이여, 영원하지 않고 괴로운 것이 실체인데 그 욕심에 집착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느냐? 그것은 너희들이 아무리 집착을 한다 해도 '나'도 아니고 '나의 것'도 아니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모든 세상의 일에 대해서도 더 이상 집착할 것이 없고, 그 집착을 버림으로 해서 마침내 열반을 깨닫게 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육신은 안락하게 되니 진실로 너희들의 소유가 아닌 것은 다 버려야 한다"라는 교훈을 '잡아함경 기사경'을 통해서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집착을 버리면 그 어떤 소유욕도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사실, 사람이 소유욕을 가지는 가장 큰 원인은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그 어떤 것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입니다. 이 집착은 그릇된 마음에서 생겨납니다. 그릇된 마음이란 탐(耽), 진(晉), 치(恥) 삼독(三毒)입니다. 그렇다고 욕심을 무조건 버리라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욕망, 최소한의 만족을 위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나머지는 버리라는 말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욕심을 채우려만 하지 말고 욕심을 근심해야 합니다.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은 많지만 욕심을 근심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조지 번의 만담입니다. "하나님은 세상 모든 것을 다 창조하신 후 그렇게 넘치고 풍요한 상태에서 인간을 만드셨는데, 왜 아담과 이브에게 옷을 지어주시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옷을 주면 주머니를 달아달라고 할 것이고, 주머니를 만들어주면 거기에 돈을 가득가득 채워달라고 징징댈 것이기 때문이다" 욕심이 치성하면 파국에 치닫게 됩니다. 기해년에는 우리 모두 욕심을 채우려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두려워하고 근심하는 삶을 살아가시길 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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