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번째 도서 / 오늘부터 휴가
 배현선 지음 / 앨리스 / 280p / 1만 3천 800원


 

추천 / 송영주 장유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일상의 쉼표가 필요한 순간, 이 책과 함께 보내면 어떨까? 듣기만 해도 설레는 제목을 가진 책…. 바로, ‘오늘부터 휴가’이다.
 ‘오늘부터 휴가’는 해외에 천천히 머물며 그려낸 순간들을 그린 여행 에세이이다. 그녀가 떠난 도시인 파리, 도쿄, 치앙마이, 쿄토는 모두 매력적인 도시이지만, 책 속에는 관광지나 맛집 내용은 거의 없다. 대신 해외에 있지만 국내에 생활하는 것과 큰 차이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내용이 담겨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여행이 아닌 한 템포 멈추는 슬로우 여행을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그녀의 여행과 삶을 나누어준다.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독자 대신 몸을 누이고 마음이 쉬어가는 여행을 떠난 작가를 통해, 일상 속에서 상처 입은 나를 보듬고 여행의 즐거움을 느껴보자.

△휴가. 말만 들어도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편안히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저기 다니는 일정으로 꽉 찬 여행도 좋지만, 그 여행조차 일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그러니 오히려 텅 비어 있는 여행일정표에 자신의 발걸음을 내키는 대로 하나하나 찍어가는,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무는, 편안한 일상으로 채워지는 그런 휴가이면 좋겠다. 떠난 듯, 떠나지 않은 듯 자신의 호흡만으로 가득 채워진 시간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이 부러워 할 책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배현선의 그림 여행기 ‘오늘부터 휴가’이다.
 바쁜 업무 일정에 쫓길 때, 마음이 어수선할 때, 실컷 놀고 싶을 때….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시간을 낼 여유가 없어 여행가방 꾸려서 떠나기가 쉽지 않다. 떠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는 일상에서 쉼표가 필요한 순간마다 여행을 떠났다. 3일이든 일주일이든 짬을 내어 파리, 도쿄, 치앙마이, 교토 네 군데 도시를 5년에 걸쳐 틈틈이 다녀왔다. 그리고 그 여행의 순간들을 기록했다. 순간은 짧고 안타깝게 흘러갔을지도 모르나, 이렇게 책으로 엮어놓으니 5년의 시간이 더 없이 귀하다.
 이 책에 기록된 여행에는 그럴듯하게 폼 나는 자랑이 없다. 한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다 싶은 멋진 풍경, 유명한 관광지와 맛집, 여행에서만 만날 수 있는 드라마틱한 에피소드, 극적인 사건이 없다. 하지만 부럽다. 길지 않은 휴가이지만, 저자는 몸과 마음이 함께 쉬어가는 여행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꼈다. 저자는 교토의 한 카페를 서로 다른 계절에 다른 동행인과 다녀왔다. 한 장소를 사계절에 걸쳐 가보기. 그 카페의 소소한 변화를 천천히 음미하고 그 풍경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 한없이 여유로워 보인다. 저자의 여행은 일상의 연장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의 그림도 편안하게 다가온다. 색연필로 그려낸 풍경은 포근한 질감이 살아 있다. 소박하고 따뜻한 그림들이 저자의 발길이 머문 곳, 저자의 시선이 닿은 곳을 보여준다. 추억 속 여행 사진을 보는 기분도 들고, 친구와 함께 그때 그 시간을 그리워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도 든다. 우리의 마음을 붙드는 평화로운 순간, 어쩌면 그것이 휴가가 아닐까.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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