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김정호 국회의원의 공항 갑질 논란이 뜨겁다. 돌이켜 보면 공항과 비행기 내는 국회의원이나 재벌 등 힘있고 돈있는 이들이 수많은 갑질을 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한진그룹 한 자녀가 벌인 땅콩 회항을 언급하지 않아도 잘난 이들이 공항과 기내에서 벌인 난동과 갑질은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김 의원은 지난 22일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장에서 김해로 향하는 항공기 탑승 과정에서 공항 공사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책임자를 불러줄 것을 요구하면서 공항공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김 의원의 행동에 호의를 표시하는 시민도 적지 않지만 실랑이 중 공항 공사 사장에게 전화를 건 행동은 누가 봐도 갑질이다.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공항 직원의 신분증 제시 요구에 토를 달 시민은 몇 명 되지 않으며 직원의 행동에 기분이 나쁘다고 공항 공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시민이 있겠는가.

 자신의 행동이 구설에 오르자 김 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김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분명코 욕을 하지 않았다. (공항 직원들이) 근거 규정도 없이 필요 이상 요구를 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오히려 갑질 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의원에게 갑질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보안요원은 "그분의 말이 하나도 맞는 것이 없다. 내가 시민에게 갑질을 한 것이라는 김 의원의 입장문을 봤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밝혀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번 행동으로 김 의원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고, 각 언론은 김 의원의 행동을 기사화하고 있다. 김 의원 개인 SNS에 올린 입장문에는 갑론을박이 줄을 잇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이 공항 직원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여기는 듯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김 의원에게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김 의원 측은 부인하겠지만, 김 의원의 정무적 감각은 김포 공항 갑질 논란이 있기 전에도 지역의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문재인 현 대통령, 김경수 경남지사와의 친분 관계가 지난 6월 있었던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의원의 승리 공식이었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지역에는 지금까지 김 의원의 자질과 능력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최소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김 의원은 더 낮게 시민을 섬겨야 했지만 지금까지의 분위기라면 그렇지 못한 편에 가깝다.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후 김 의원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는가 하면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계획했다가 '갑자기 급한 일이 있다'며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하려는 정부에 맞서 시민과 사회단체, 지방 의회가 신공항 반대 목소리를 높이자 이들을 한 데 묶어 옥상옥에 오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취재를 위해 김 의원 측 관계자들을 만나다 보면 "우리 의원님은 참 소탈한 분이시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의견을 접하시면 우리 의원님은 '말썽이 된다면 내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될 거 아니냐'는 말씀을 하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언뜻 봐서는 이 관계자의 말처럼 김 의원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으며 소신을 지키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김 의원의 정무적 감각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김 의원의 정무적 감각을 논하기에 앞서 이번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김 의원이 백번 잘못했다.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가. 잘못 했다고 하면 될 일을 더 크게 만들었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김해을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도내에서 김해갑과 더불어 진보 측이 깃대를 꼽은 곳이고, 경남지사를 지난 김태호, 현 경남지사에 오른 김경수 전 의원 등이 정치에 입문한 장소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들에 비해 인지도가 약하고, 당선 5개월여 만이라는 핸디캡이 있는 김 의원이 더 큰 그림과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선택한 노이즈 마케팅이었다면 제대로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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