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책방 14]

 은행나무의 이사 / 정연숙 지음, 윤봉선 그림 / 논장 / 56p / 1만 3천 원

 김해의 자연마을들을 찾아가보면 마을 입구마다 큰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기쁨을 주는 그 나무들은 마을의 수호신이다.

 김해 건설고 매화나무, 천곡리와 신천리의 이팝나무, 시례리 상촌마을 홰나무…. 마을마다, 나무마다 이야기도 많다. 김해시는 2009년 ‘노거수 이야기’를 발행한 바 있다. 김해에서 살고 있는 노거수(老巨樹)의 일대기이다. 김해시가 전수 조사를 거쳐 천연기념물 이팝나무 2그루를 비롯해 총 208 그루의 사연이 담겨 있다. 노거수로 인한 지역민들의 삶도 함께 담아냈다. 이 책은 발행 당시에 읍·면·동, 리통장, 시의원, 초·중·고. 대학 및 관내 도서관 등에 배부됐다.

 현재 일반독자가 책을 구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김해사람 뿐 나이라 일반독자가 볼 수 있는 책자 형태로 다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정연숙 작가의 ‘은행나무의 이사’를 볼 때, 김해의 노거수들이 떠올랐다.

 ‘은행나무의 이사’는 경북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에 관한 동화책이다. 용계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75호로 수령은 700년으로 추정된다. 높이 37m, 가슴높이둘레 14.5m이다. 가슴높이둘레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로 기록돼있다. 1980년대 후반, 이 지역에서 임하댐을 짓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됐다. 은행나무는 마을과 함께 수몰될 위기에 처해졌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이 나서면서, 은행나무는 이사를 해서 지금까지 남아 있다. 이 책은 그 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용계리의 터줏대감 700살 은행나무는 마을사람들에게 ‘할배’라고 불린다. 수백년간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나무와 함께 살았다. 댐공사로 대대로 살아오던 터전을 두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처지였지만, 마을사람들은 은행나무가 더 걱정이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아이들의 재미난 놀이터가 되어 주었고, 어른들은 할배나무 주위에 둘러앉아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할배나무가 물 속에 잠기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집과 학교와 땅은 지키지 못해도 할배나무만은 살리자고 결심한 마을 사람들은 간곡한 청원을 끈질기게 이어갔다. 마침내 공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는 정부의 지원을 얻어냈고 나무 이식 공사를 결정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 이식(利殖)이 아니라 높이만 들어 올리는 상식(上植) 공사였다. 원래 위치에서 흙을 높게 돋우어 올려 심으며 물길로부터 보호받는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약 3년에 걸쳐 거대한 크레인으로 조금씩 나무를 들어 올리며 지켜낸 ‘은행나무의 이사’에는 23억 원이라는 비용이 들었다. 단 한 그루의 나무를 살리기 위해 이 정도의 비용을 들인 예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용계리 은행나무 상식 공사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이 일을 도시 개발 과정에서 나무 이식의 표본으로 삼았다.

 그 이야기를 동화로 들려주며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마음을 전해주는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무는 천천히 자라고, 오래 살고, 죽어서도 그 자리에 서 있다. 고작 100년을 사는 인간이 나무의 웅숭깊은 삶을 어찌 짐작이나 하겠는가. 김해의 노거수, 김해의 어른들이 올 겨울도 무사히 나길 바라며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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