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계속

 열아홉번째 도서/ 아무튼, 계속
 김교석 지음 / 위고 / 168p / 9천 900원

 추천 / 강윤지 화정글샘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저자는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모토로 야근을 했든,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왔든 예외 없이 집에 오면 옷만 갈아입고 최소 20분은 집안일을 하는 20분의 법칙, 위클리 청소 등 자신만의 루틴에 맞춰 일상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힘쓴다. 얼핏 보면 변화를 싫어하고 강박증이 있는 사람인가 싶지만 실은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을 계속 붙들고 지금이 늘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무언가를 ‘계속’ 해오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식과 지혜, 재미, 위로 그 무엇도 찾을 수 없다고 했지만 읽는 동안 나의 일상과 비슷한 모습에 공감하고 소소한 웃음이 나는 그런 책이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별다른 일이 없을 날들. 우리의 삶은 대체로 그렇다. 특별한 일은 어쩌다 한번이다. 그 특별함은 가슴 설레고 환희에 차게 하지만, 지속되는 시간이 아니다. 지나가면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일상의 흐름은 한순간에 깨어진다. 사건 사고는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아무 일이 없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한다. 그래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평화로움이 중요하다.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처럼, 일상의 시간과 감정을 지탱해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지인에게 안부를 전할 때 “요즘 별 일 없지?”라고 묻거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말하는 건 그 때문이다. 일상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쳇바퀴가 아니다. 일상은 우리를 감싸고 있는 익숙하고 편안한 시간이며, 그 시간이 흐르는 공간이다. 
저자는 ‘아무튼, 오늘 하루도 아무 일 없는 평온한 일상이 반복되길 바라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누군가 한참 달리다 뒤를 돌아봤을 때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처럼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나에게도 한 사람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려 하지 않는 걸까.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발전 없이 무기력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완벽하게 꾸려가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주변사람까지도 편안하게 안아주는 사람이다. 저자는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게 위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 그는 일주일에 세 번 수영하기 위해 술 약속을 피한다. 봄이 오면 영화 ‘4월 이야기’를 보며, 지난해에 그랬던 것처럼 어김없이 꽃시장엘 간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기분 좋은 청량함을 느끼고 싶어, ‘체크인 한 호텔방’ 같은 집을 유지한다. 요리를 할 때든, 샤워를 하고 나서든, 집안에서 움직이며 사용한 물건은 바로바로 정리해놓고 치우는 세부적인 생활규칙을 지킨다. 자신을 가장 편한 상태로 두는 공간 심리다.
그렇다. 저자의 시간은 반복이고, 익숙한 흐름이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고, 평화로우며, 소소한 행복으로 촘촘히 채워진 매일매일이다. 그의 일상을 깨고 싶지 않다. 우리들의 일상도 그러길 바란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원하는 건 지금 이순간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