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왕의숨결 (9)

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협회장

 가야 3대 마품왕 때였다. 구지봉에서 가까운 논실 동네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성이 지극한 정호라는 청년이 살았다.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병석에 누워계셨고 정호는 지극정성으로 병구완에 힘썼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애야, 꿈을 꾸었는데 흰 수염을 한 도사가 나타나 어서 지리산 취나물과 무척산의 참당귀나물로 밥을 비벼 먹어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했다.

 효성이 지극한 아들은 그 말을 듣고 즉시 산으로 갔다. 지리산으로 가쓰나 취나물을 찾을 수 없었다. 취나물이 나기에는 아직 계곡에 잔설이 남아 있을 정도로 날씨가 추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데 저쪽에서 어미 산되지가 구덩이에 빠진 새끼 돼지를 구하기 위해 애를 태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호 청년은 가여운 생각이 들어 구덩이에 뛰어 내려가 새끼를 구해 주었다.
 
 어미 산돼지는 고마운 표정을 지으며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 앞장서는 것이었다. 어느 바위 뒤로 갔다. 놀랍게도 취나물이 군락지어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하여 취나물을 잔뜩 뜯어왔다.
 
 이제는 무척산으로 갔다. 역시 어디로 가야할 지 몰랐다. 정상의 천지 못까지 갔으나 참당귀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도 아파 쉴 겸 못 옆에 앉았는데 옛날 수로왕이 돌아가셨을 때 이야기가 생각났다. 수로왕의 묘를 팔 때 물이 자꾸 나와 이곳 무척산에 천지 못을 팠더니 물이 나지 않았다고 전해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러자 팔뚝만한 신어 두 마리가 수면 위로 떠올라 한 바퀴 빙 돌더니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호 청년은 그것을 보는 순간 느낌이 오는 게 있어 얼른 신어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서 참당귀를 찾기 시작하였다. 얼마 가지 않아 참당귀 군락지가 눈에 띄었다. 참당귀 잎을 가득 뜯어 빠른 걸음으로 돌아갔다.
 
 청년은 정성 들여 취나물과 참당귀로 비빔밥을 만들어 어머니깨 드렸다. 그 이후 이상하게도 어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나아져갔다. 뿐만 아니라 이 나물을 넣은 비빔밥을 먹으면 피부도 자주 좋아졌다.
 
 소문이 퍼져 궁중에까지 전해졌다. 마품왕의 호구 왕비는 음식 만들기에 관심이 많아 궁녀들을 정호 집으로 보내 자초지종을 듣고 오게 하였다.
 
 궁중에서는 연구하여 허황혹 공주 친정 인도 아유타에서 온 카레와 가야에서 생산되는 고추장과 파를 넣는 등 더 멋진 비빔밥을 만들었다. 가야궁 비빔밥은 맛도 있었지만 속병을 가라앉히고 피부를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궁녀들이 가장 좋아하였다고 한다.

 제철소에서는 외국 주문을 많이 받다 시간에 쫓기면 비빔밥으로 능률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신라, 백제와 화친으로 결혼이 이루어졌을 때 가야 처녀들이 그곳으로 시집가면 가야궁 비빔밥을 만들어 시댁 식구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 이후 외국 사신들도 가야 궁궐에 오면 가야궁 비빔밥을 먹기를 원했고 귀국하면 자랑스러워했다고 하다.
 
 가야궁 비빔밥

 가야의 궁전에서 만드는 비빔밥은
 그 맛도 좋았지만 심신을 편캐했네
 임금과 신하들이 다같이 좋아하고
 외국의 사신들도 먹기를 원했다오
 가야궁 비빔밥이 세상에 나온 사연
 가야의 효심 많은 청년의 이야기네
 
 어머니 꿈속에서 만났던 신선 말씀
 지리산 취나물과 무척산 참당귀를
 구해서 밥에 비벼 먹으란 그 말씀에
 지리산 산속에서 산돼지 새끼 살려
 취나물 용케 얻고 무척산 천지못의
 쌍어의 도움받아 참당귀 캐었다오

 어머니 회복되고 세상에 알려졌네
 요리에 관심 많은 가야궁 호구 왕비
 가야파 인도 카레 고추장 첨가했네
 피부도 좋아져서 궁녀들 반겼다오
 가야의 예술성은 문학과 음악 무용
 음식도 빛을 발해 찬연히 빛나누나

 (후렴)
 가야궁 비빔밥아 너 이름 영원하라
 철문화 수출했듯 세계로 뻗어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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