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에서 온 소녀


 가야에서 온 소녀 / 이미희 지음 / 하루헌 / 287p / 1만 2천 원

 

김해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가야는 금관가야이다. 그러나 가야는 더 크다. 가야고분은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북도까지 넓게 분포돼 있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은 가야의 대표 문화유산인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북도의 직원과 학예연구사 등으로 구성됐다. 등재추진단은 가야고분군을 2020년 1월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고, 2021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금관가야 뿐 아니라 가야 전체를 알아야 하는 게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가야를 주제로 한 소설이 몇 권 있다. 그 중에 한 권 ‘가야에서 온 소녀’를 소개한다. 자신이 모시던 권력자가 세상을 떠나자 그 무덤 속에 함께 순장된 가야의 소녀 ‘송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2007년 경남 창녕군 창녕읍 송현동 가야 고분군 15호에서 금동 귀고리를 착용한 1천500년 전의 인골이 발견됐다. 송현동 가야 고분군 15호는 창녕지역에 있었던 가야 비사벌국 지배계층의 무덤이다. 창녕 지역에 있던 가야국을 일러 비화가야, 비사벌이라고 부른다. 가야연맹체의 하나로 6세기에 접어들어서 신라의 영토가 됐다. 가야 고분군 15호 발굴 당시 5구의 인골이 발견됐다. 그 중 4구의 인골은 순장된 것으로 추정됐다. 고고학, 법의학, 유전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소녀로 추정되는 인골을 복원했다. 복원 결과 인골의 주인공은 16~17세 정도의 소녀로 판명됐다. 키는 153.5㎝, 허리는 21.5인치의 여리고 작은 소녀였다. 뼈의 상태로 보아 이 소녀가 반복적으로 무릎을 꿇고 일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복원 결과 ‘팔이 짧고 허리가 가늘고 턱뼈가 짧고 얼굴이 넓고 목이 긴 미인형’의 실리콘 전신상도 만들어졌다. 인골이 되어 1천500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소녀가 되살아 난 것이다. 송현동 고분에서 나왔다고 해서 ‘송현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이미희 작가가 순장된 가야의 소녀를 소설로 부활시켰다. 작가는 송현이가 어떤 삶을 살다 순장을 당했고, 어떻게 1천5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는지를 들려준다. 역사적 사실에다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소설이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늘로부터 한 줄기 빛이 화왕산 정상에 내려오니 그 빛줄기 따라 세상이 열렸도다. 억새에 뒤덮여 순하게 누워있던 땅의 기운이 이에 감응하니 하늘과 땅, 빛과 물이 한데 뒤엉켜 산이 열리고 불이 뿜어 나왔다.(중략) 이날로 비사벌의 하늘이 열리고 생령이 생동하기 시작했도다.” 비화가야의 시작을 알리는 대목이다.
순장됐던 소녀의 마음을 묘사한 대목은 쓸쓸하다. “무덤이란 어떤 곳일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희미한 안개 같은 것에 둘러싸인 막막한 공간인가. 그 속에 누워서 바람에 부대끼고 비에 젖으면서 천천히 삭아 가겠지. 내가 살았던 흔적은 이 세상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겠지. 숨이 끊어지고 나면 넋도 바람결처럼 풀려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인가."
 이 소녀처럼 가야가 사라질 수는 없다. 가야의 부활을 꿈꾸며, 송현이 이야기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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