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번째 도서 /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강민선 지음 / 임시제본소 / 212p / 1만 2천 원
 추천 / 구홍진 장유도서관 사서
 
 

구홍진 장유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경력이 일천한 내가 추천 도서로 내밀기에는 제목이 참 부끄럽다. 그럼에도 책꽂이에서 이 책을 골라낸 것은 나조차도 때론 의문인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위탁도서관 사서로 채용되고, 4년간 근무하며 겪었던 일과 감정이 짧은 장으로 서술되어 있다. 도서관 직원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밀한 사건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실상은 직장 생활을 하는 우리들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담담하면서도 때로는 감정적인 문체들이 직장 생활로 거칠어진 우리의 마음과도 같다. 책장을 덮고 침대에 누워 생각해본다. 나는 남들에게 내 직업에 대해 무얼 이야기할 수 없나, 동료들과의 관계에 있어 어떤 실수를 하고 있나, 고민은 끝이 없다. 밖에서 보면 달리 보일 사서라는 직업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직업도.
추천한 책은 독립 출판물이다. 근래 독립 출판이 부쩍 늘었다. 감성 에세이가 대세였던 초기 시장과 달리 다양하고 질 높은 내용의 책들이 많아지고 있다. 판매를 위한 책이 아니라 생산을 위한 책이기에 저자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독립 출판물만의 매력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은 힘들기만 한데,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쉽고 편해 보일 때가 있다. 도서관 사서들을 보면서 “앉아서 책만 보니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서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다. 사서가 아닌 사람은 모른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서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 도서관의 외형은 진화했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인 사서의 본래 역할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저자 강민선 씨는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하다, 서울의 한 구립도서관에 입사했다. 저자는 도서관 사서로서 겪은 일들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썼다. 어릴 때부터 도서관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기에 사서를 꿈꾸었다. 그러나 막상 사서가 되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사서는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는커녕, 서서 움직이는 시간이 더 많다.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의 모든 포스터와 안내물을 직접 만들 때는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 제자리에 꽂혀 있지 않은 책을 찾아 서가 사이를 뱅뱅 돌기도 한다. 그러나 도서관 이용자들에게는 언제나 친절해야 한다. 도서관 행사에 참여하는 인원수에 민감한 행정조직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에, 정작 꼭 해야 할 도서관 본래의 역할을 못할 때도 있다. 물론 보람도 있다.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와 사서 사이에는 인류문화가 이루어낸 최고 수준의 결정체인 ‘책’이 있다. 도서관과 사서의 존재 이유를 알고,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는 동료가 있다.
사서의 일을 이야기 하는 이 책을 사서에 국한해 읽지는 말자. 이 책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속내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재미를 알 것이다.
덧붙여 사족 하나. 김해일보는 김해의 사서들에게 추천도서를 받아 이 코너에 게재하고 있다. 좋은 책을 권하는 사서의 고귀한 업무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하나이다.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