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열일곱번째 도서/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71p / 1만 5천 300원

 

서경훤 화정글샘도서관 사서

추천 / 서경훤 화정글샘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일본 소설 '카모메 식당'의 작가 무레 요코의 에세이이며, 작가의 외할머니 '모모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엄마와 가장으로 일생을 살아온 모모요는 50세가 되었을 때 자신만을 위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사귀고 삶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그녀의 인생이 덕분에 즐거워졌다. 그러나 여든의 나이였기에 가족의 간청으로 일을 그만두는데, 그때부터 모모요에게는 지루하고 답답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결국 그녀는 혼자만의 도쿄 여행을 계획한다. 아흔 살의 할머니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나간다. 호텔에서 혼자 자기, 우에노 동물원에 가서 판다보기, 도쿄 돔 견학하기(참고로 모모요는 야구광이다),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기 등을 하면서 그녀는 어린 아이처럼 좋아한다. 행복해하는 표정이나 몸짓이 책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모모요는 ‘잘’ 늙고 있는 할머니이며, 시니어라이프의 표본이다. 누구나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지만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긴 쉽지 않다. 그것은 나이가 많든 적든 마찬가지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나이가 아무리 아흔이라도 말이다. 멍하니 앉아 ‘나는 우울해’를 외치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적어보자. 그리고 모모요처럼 오롯이 나를 위해 그것들을 즐겨보자. 인생의 참 맛을 알게 될 수도 있으니.

 △우리는 고령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의학의 발전이 가져 온 인생백세시대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노년의 모습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은퇴 이후의 무기력함, 혹은 노년의 준비가 되지 못해 겪는 경제적 어려움 등은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이미 70년대부터 고령화 사회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약 20년 후인 1994년에 일본은 고령 인구가 2배로 늘었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은 그 시기인 1995년에 출간된 책이다. ‘카모메 식당’으로 잘 알려진 작가 무레 요코의 눈에 비친 1900년생 외할머니 모모요의 노년을 담은 책이다. 모모요는 서양문물에 익숙한 세대이며, 고등교육을 받았고, 전쟁을 경험했다. 아내와 엄마로서 충실했던 여성이며, 한 개인으로서 25년 동안 ‘일’을 손에 놓지 않았던 자존감 있는 인간이다. 고령화 시대를 살게 된 모모요는 긴 노년을 맞았다. 모모요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손자들의 재롱을 보고 자식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생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챙기며 80살이 넘어서까지 동네 공장에서 일을 하며 활기있는 삶을 살았다. 모모요는 우리가 늘 생각해오던 할머니의 모습과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 사회가 시작됐고,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사회적 문제이면서 또한 개인적 문제이다.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미래의 문제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사회의 통념과 부딪혀가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특별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에게 다가올 노년은 다 해보지 못한 ‘그것’을 즐겨볼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란다.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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