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책방 10>

 

  
선용동시선집 / 선용 지음 / 
 지식을만드는지식 / 185p / 1만6천200원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문학출판계를 기웃거리며 취재해오다보니, 아는 문인이 그런대로 많다. 그런데 김해에서 일을 하면서 김해문인협회에 처음 갔을 때 아는 얼굴이 없어 어색했다. 말 그대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는데, 조금 늦게 도착한 한 분이 나를 보고 반색을 했다. 그분이 아동문학가 선용 선생이었다. 부산에서는 말석에서 인사만 올렸는데, 김해에서는 옆자리에 앉는 행운을 누렸다. 김해에서 일하면서 선생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동문학가 선용은 김해 한림면 장방리 골안마을에서 자랐다. 작가에겐 고향이 있다. 작가의 고향이란 단지 태어나 자란 곳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문학작품의 모태가 되는 특별한 공간에 고향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어디에 있더라도, 언제나 마음이 향하는 곳이 바로 고향이다. 선용에게 골안마을은 자란 곳이며, 문학작품의 모태이다.
 그는 1942년 일본 도쿄 나치가와에서 태어났다. 1945년에 아버지의 고향인 김해로 돌아왔다. 언젠가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도쿄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어요. 제 기억은 고향 김해에서 시작됩니다." 경남 김해군 이북면 장방리 710번지 골안. 군이 시로, 면 이름이 한림면으로 바뀌었지만, 이 오래된 지명은 한 번도 잊혀진 적이 없다고 한다.
 한림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아침 일찍 꼴 한 망태기를 베어다 놓고, 학교 갔다 와서는 불쏘시개 갈비 한 단을 긁어왔다. 골안에서 학교로 난 둑길은 지금도 그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는 비 오는 날 토란대 우산을 꺾어주던 이웃마을 누나를 떠올리며, 그 둑길의 추억을 시로 썼다.
"어쩐지 만날 것 같다. / 비가 촉촉히 오는 둑길을 걸을 때면. / 토란잎 우산을 같이 쓰고 / 이빨이 시리도록 웃던 그 날 그 아이를. // 오늘처럼 보고 싶은 날이면 / 그 아이도 달려오겠지. / 그리움이 비가 되어 내리는 / 오늘 같은 날이면. // 그리움이 비가 되어 내리는 / 오늘 같은 날이면 / 오늘 같은 날이면."
 이 시는 동요로도 불리어지고 있다. 필자도 들어본 적이 있다. 이 시의 배경이 한림의 둑길인줄은 미처 몰랐지만 말이다. 지금도 그 둑길이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 혹 어디선가 이 노래를 듣게 된다면 골안에서 한림초등학교로 이어지던 아름다운 둑길을 한 번 떠올리길 바란다. 김해 한림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선용은 김해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담은 노랫말 가곡집 '김해찬가'(세종출판사 펴냄)를 출간하기도 했다.
 
 '조만강 달맞이꽃' '봉화산 부엉이' '도요진 푸른 마을' '노을 속의 호계천' 등 김해를 노래한 옛 한시와 문헌을 기초로 해서 쓴 시들이 모두 노랫말이 되었다. 김해에서 많이 불러야 할 노래들이다.

 선용은 1971년 월간 '소년세계'를 통해 등단했으며, 많은 동시와 동화를 썼다. 그의 작품을 다 찾아 읽기 힘들지 싶을 정도다. 그래서 권하고 싶은 책이 '선용동시선집'이다. 이주홍아동문학상, 해강아동문학상, 아시아 아동문학번역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최계락문학상 등을 받은 선용의 대표작 선집이다. 이 책에는 '등꽃', '아이들은' 등 그가 직접 고른 대표 동시 100여 편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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