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권 전 도의원

김국권 전 도의원

  가을은 이제 깊고 겨울의 문턱이다. 보통 이때쯤이면 총동창회의 모임이 시작한다. 모교의 운동장에서 높은 가을하늘을 즐기면서 뛰고 달리고 오래된 친구와 해우에 기쁨을 만끽하며 살아 온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기수별 총무나 회장은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친구들을 맞이하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며 모임을 기다린다.

 그렇게 11월은 운동장에서 모임이 시작되고, 조금만 더 지나면 연말이라 송년회를 이유로 또 모임이 많아지면서 이때는 규모가 커진다. 제법 연륜이 있는 학교의 동창회는 모임 장소부터 남다르다. 각 지역의 가장 좋은 곳으로 정해서 엄청난 내빈소개부터 하고 이런저런 축사와 함께 잔을 높이 든다. 멋들어진 건배사를 하기위해 검색은 요즘 필수가 되었다.

 행사를 시작하면 바쁜척하는 분들이 와서는 얼굴만 비추고 가는 선후배도 있고, 시작과 끝을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분들도 있고, 친한 친구와 삼삼오오 어울려 시간을 만드는 팀들도 있고, 어느 자리나 초대받지 못한 사람도 있어 쓸쓸히 지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예 동창회를 안가는 사람들이 인원수로는 더 많지만 그들은 다른 바쁜 세상일이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간으로 바쁜 연말이 다가온다. 앞으로 2개월 동안 주변에 얼마나 많은 모임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그리 그런 모임을 좋아하지도 않고, 현재는 몸 상태가 변변해서 모임을 나가지 못한다. 건강이 그렇고 술을 마시지 못하니 그런 자리에 끼여 있을 수도 없고, 술을 마시지 않고 주변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다 보면 재미가 전혀 없고 해서 늦었지만 건강이 최고라는 사실을 이제야 절감한다.

 모임에 오지 않는 동기들, 동창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늘 궁금했던 내가 이상한건가 모르겠다. 우리연배는 학교를 다닐 때 보통 한반이 60명이 넘었고 10개 반이 넘어 같은 동기가 600여 명 이상 이였는데 동기회를 열어보면 10% 정도가 모이는 것 같은데 나머지 친구들은 왜 안 오는 것인지가 늘 그렇게 궁금했었다. 무척이나 보고 싶고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데 말이다. 또한 개인적인 사연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만은 요즘은 개인 SNS가 대단히 활성화되어 각자의 또 다른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은 새로운 문화와 꺼리를 자꾸만 만들어 가는데 우리는 아마 너무 빠른 세상에 적응을 못해서 이런 모임에 안식을 느끼는지도 모를 일이다. 누구나 스마트 폰을 가지고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2G폰을 고집하는 친구를 보면 사실 그 우직함에 부러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통화와 문자 보내는 정도 말고는 그다지 사용하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프로그램을 본다는 주변인이 많아지는걸 보면 느끼는 마음이 다들 비슷비슷한 모양이다.

 암튼 이제 달력이 달랑 두 장 남았다. 벌써 한해가 마무리되는 그런 날이다. 시간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분명 불과 얼마 전에 폭염으로 난리가 났던 대한민국인데 이제는 다가 올 역대급 추위라는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인 걸 보면 진짜 대한민국은 역동적이다. 그래서 이 재미난 나라의 계절에 조금만 느리게 걷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나이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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