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평등이란 말은 본래 불교에서 현상계의 모든 사물의 6가지 구성원리 중 하나인 ‘사마냐(samanya)’라는 산스크리트어를 한자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법의 평등한 진리를 깨달아 아는 이(사람)’라는 뜻을 나타내므로 부처님을 평등각(平等覺)이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불교의 평등이라는 말은 ‘만법의 근본이나 세상 모든 만물의 본성은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이 평등이라는 자비관으로서 당시 4가지 계급으로 구분한 카스트제도를 보았을 때, 이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또한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을 해야 하고, 정해진 사람과 만나며, 정해진 삶을 살아야 하는 인도인들에게는 평등을 제시한 불교만큼 삶을 위로해줄 것은 없어 보였을 것입니다.


  부처님이 사위성 급고독원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많은 바라문들이 코살라국의 한 장소에 모여 '부처님이 사성계급이 모두 평등하고 청정하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당시 인도 사회는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왕족, 귀족), 바이샤(평민), 수드라(천민) 등으로 나누었으며, 그 중 바라문계급은 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이 네 가지 계급 모두가 평등하고 가르치자, 이에 불만을 품은 바라문들은 대표를 뽑아 부처님을 찾아가 따졌습니다.

 "우리 바라문은 다른 종성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라문은 피부가 하얗지만 다른 종성은 검으며, 바라문은 청정하나 다른 종성은 더러우며, 바라문은 범천의 아들로서 그 입에서 나왔으니 곧 범천이 변화된 종성이지만 다른 종성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그 질문에 부처님은 "사람은 누구나 노예가 될 수도 있고, 주인도 될 수 있다.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만약 마른나무를 비벼서 불을 낸다면 똑 같은 성질의 불을 낼 것이다. 비누로 때를 씻으면 누구라도 깨끗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사성계급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이어서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만일 바라문족 여자와 찰제리족 남자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았다면, 그 신분은 어디에 해당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그가 우물쭈물하자 부처님이 다시, "그러면 어떤 바라문에게 자식이 넷이 있었는데 둘은 착하고 학문을 좋아하지만, 둘은 그렇지 않았다. 누구에게 좋은 자리와 음식을 주겠는가?"  "착하고 학문을 좋아하는 아들에게 주겠습니다." "어떤 바라문에게 자식이 넷이 있었는데 두 아이는 학문을 좋아하되 정진하지 않고 악법을 행하기를 즐기며, 두 아이는 학문은 좋아하지 않지만 정진하기를 좋아하고 묘법을 행하기를 좋아했다. 누구에게 좋은 자리와 음식을 주겠는가?" "정진과 묘법을 행하는 두 아이에게 먼저 줄 것입니다." "바라문이여. 그렇다. 학문을 하지 않는 것보다 학문을 하는 것이 더 낫고, 학문을 하되 악법을 행하는 것보다 학문을 하지 않더라도 정진하고 묘법을 행하는 것이 더 낫다." 본래 인간에게 정해진 계급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사회에는 지금도 여성에 대한 평등이 논의되어야 할 곳들이 많습니다. 천주교의 미사보가 그렇고, 결혼식 때 쓰는 면사포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 교회의 문제점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여자 목사와 여자 장로의 문제입니다. 성경은 어느 곳에서도 여자 목사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이 없으며 여자가 남자의 머리가 되는 것이 성경이 금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가라사대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창 2:18.) 그러나 불교에서는 이미 2천오백 여 년 전 여성의 종교적 출가가 인정 되었습니다. 불교가 만인이 평등함을 보여주는 종교임에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평등에 대한 여지는 많이 남겨져 있습니다. 남녀와 지역, 종교와 인종에 대한 차별은 형태는 다르지만 세계도처에서 목격되는 현상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인간평등의 선언과 실천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것은 현대사회에서 불교가 짊어져야 할 세계사적인 책무이기도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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