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번째 도서 / 당신과 나 사이

당신과 나 사이

 열네번째 도서 / 당신과 나 사이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316p / 1만 5천 원

 

김성희 진영한빛도서관 사서

추천 / 김성희 진영한빛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멀면 먼대로 어려운 인간관계에서 덜 상처받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안내해 주는 책이다. 저자는 사람들에게는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기대고 싶어 하는 의존 욕구만큼이나 내 뜻대로 움직이고 싶은 독립 욕구가 동시에 존재하는데 이 두 욕구는 한쪽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다른 한쪽은 멀어진다며 둘 사이의 최적의 거리를 찾는 것이 문제 해결 방안이라고 말한다. 가족과 나 사이는 20cm, 친구와 나 사이는 46cm, 회사 사람과 나 사이는 1.2m가 최적의 거리라고 제안한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쓰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서로를 자유롭게 하면서 행복하게 만드는 경험을 해 보길 권하는 책이다. 김혜남 저자는 정신분석 전문의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외 여러 권의 책을 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그 사람은 내가 아니다. 나를 다 알고 있다는 듯 자신 있게 다가오는 친구를 보면 경계심이 들 때도 있고, 그가 하는 말 한 마디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거리를 두자니, 그건 마음에 걸린다. 함께 일을 하는 동료를 공식적으로만 대하자니 그것도 이상하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일과 관련한 상담과 고민도 나누어야 한다. 하지만 가까이 하자니 어디까지 마음을 터놓아야 할지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이런 고민을 안 해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 설정이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나를 침해받지도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은 구체적 수치를 거론하며 이 책을 썼다.
이 거리의 개념은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의 저서 ‘숨겨진 차원’을 인용한 것이다. 에드워드 홀은 가족과 연인과 같은 친밀한 관계는 0~46cm, ‘밀접한 거리’라고 말했다. 서로의 팔 길이에 준하는 46cm~1.2m는 ‘개인적 거리’인데, 의사소통을 편하게 하면서 어느 정도 격식을 차려야 하는 관계이다. ‘사회적 거리’는 1.2m~3.6m이다. 사무적이고 공식적 거리로 회의를 하면서 알고 지내는 사이 정도에서 지킬 거리다.
김혜남 저자는 1.2m를 세 가지로 세분했다. 가족과의 사이는 20cm, 친구와의 사이는 46cm, 회사 사람과의 사이는 1.2m가 최적의 거리라는 것이다. 물론 자를 들고 잴 수도 없는, 심리적 거리이다. 저자는 이 가상의 거리를 잘 이해하라고 말한다.
가상의 거리가 모든 사람에게 들어맞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 정도라고 여기면 사람과의 관계 맺기는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낯선 옆 사람이 바싹 붙어있을 때, 까닭모를 불쾌함을 느낄 때가 있다.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남에게 침범당하지 않는 물리적, 심리적 공간을 원한다. 이를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라고 한다. 그리고 퍼스널 스페이스는 관계의 유형에 따라 그 거리가 달라진다.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나를 지키는 일, 참으로 어려운 숙제를 다룬 책이다.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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