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협회장

 푸른 고양이
 

 "하하하, 저런 고양이도 있네."
 "놀려 줘야지."
 "푸른 고양이 푸른 고양이 하하하하."
 "색깔이 달라도 너무 달라요."
 "얼레리 꼴레리 푸렇구나야."
 "얼레리 꼴레리 푸렇구나야."

 푸른 고양이는 그만 울었습니다. 푸른 고양이 보무노는 아이들에게 놀려 대지 말라고 달래기도 하고 나무라기도 했으나 막무가내였습니다. 아이는 늘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다른 마을로 이사 가자고 졸랐습니다. 엄마 아빠는 그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착한 마음을 가진 얼룩 고양이가 왕따당하는 푸른 고양이를 불쌍하게 여겨 같이 놀아주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은 이 얼룩 고양이 마저 왕따를 시키며 놀렸지만 굴복하지 않고 계속 푸른 고양이를 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궁궐에서 공연하는 연희단 단원과 재주 잘 부리는 짐승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나왔습니다. 평소 그런 게 되고 싶어 하던 얼룩 고양이는 모집하는 궁궐에 나갈 마음을 먹었습니다.
 
 얼룩 고양이는 푸른 고양이에게 심사하는 궁궐 구경도 할 겸 따라가자고 하였습니다. 함게 고개를 넘고 넘어 궁궐이 있는 큰 마을로 갔는데 지원자들이 엄청 몰려왔습니다. 동네 고양이 몇몇이 왔음도 물론이지요.

 얼룩 고양이 차례가 왔습니다. 얼룩 고양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심사대에 올라갔지만 불합격되고 말았습니다. 풀이 죽은 얼룩 고양이는 푸른 고양이와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심사위원장 눈에 푸른 고양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야, 잠시 있어봐. 너 푸른 고양이는 지원 안했냐?"

 푸른 고양이는 부끄럽고 당황하여 대답도 못 하고 있는데 얼룩 고양이가 대신 말해줬어요.

 "네 푸른 고양이는 지원하지 않았어요."

 심사위원장은 심사위원들에게 푸른 고양이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심사위원 여러분 이 아이를 뽑는 게 어떻겠습니가? 이렇게 개성 있는 고양이가 공연하면 관객 반응이 매우 좋을 것입니다."

 "맞아요, 심사위원장님. 우리는 저런 고양이를 찾고 있었어요."
 
 하며 다들 박수를 치는 것이었어요.

 푸른 고양이는 얼떨떨해졌습니다.
 
 드디어 푸른 고양이는 심사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하여 공연 단원이 되었습니다. 공연 무대에 나오자마자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전 객석에서 기립박수. 승승장구하여 드디어 최고 단원이 되었습니다. 성산가야 아라가야 등 이웃 나라에서도 출연해 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공연 횟수가 늘어갈수록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일본, 중국 등 이웃나라 사신들도 좋아했고 철을 수입하러 온 외국 상인들에게도 반응이 좋아 철 수출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기다 왕비 정신마마께서도 공연 후 무대로 직접 오시어 푸른 고양이를 꼬옥 안아주시기도 하였답니다.
 
 최고가 된 푸른 고양이는 감독님에게 부탁하여 친구 얼룩 고양이도 배우로 출연하였습니다. 동네 고양이들은 이 둘을 매우 부러워하였습니다. 그동안 놀려댄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였습니다.
 
 동네 고양이들은 푸른 고양이에게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하였습니다. 푸른 고양이는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동네 친구들이잖아. 너희들 나를 왕따시킨 것 너무 부끄럽게 생각 마. 난 이미 다 용서했어."

 동네 고양이들은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습니다. 부유해진 푸른 고양이는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아이들에게 값비싼 선물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고양이들은 푸른 고양이가 나고 자란 마을에 사는 것을 자랑스레 여겼습니다. 그 이후 이 마을은 왕따 괴롭힘이 없는 가야에서 가장 살기 좋은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답니다.
 
 ㅁ 순장녀 송현이 이야기
 
 가야 궁중에서는 궁녀를 모집하고 있었다. 말이 궁녀지 사실은 순장녀를 구하는 것이었다. 왕이 너무 고령인데다 지병마저 있어 언제 붕어하실지 모르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백성들에게도 알려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아무나 궁녀로 맞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 외모가 좋은 편이어야 하고 혈통이 너무 낮은 신분은 맞아들이지 않는 관례가 이었다.
 
 그 즈음 궁중에서 약 20여 리 떨어진 감분마을에 송현이라는 앳된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송현이 나이 14세, 아버지는 수년 전 돌아가시고 홀어머니와 아래로 어린 여동생과 남동생 이렇게 네 식구가 살았다. 어머니도 무슨병인지 바깥 거동이 어려워 살 길이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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