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옥분 시인

 

 

 

 

 

 

가을의 소리를 들었나요
입을 크게 벌리며 다람쥐에게
가시 돋친 말들을 찰지게 뿜어내던 알밤을

갈꽃의 노래를 들었나요
실바람에 흔들리며 벌떼들에게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코스모스를

가을의 속삭임을 들었나요
앞을 다투며 벽을 감싸고 오르는 돌담에게
오손도손 살라던 담쟁이를

들리나요
단청 밖에 있던 바람의 말을
겨울이 머지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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