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책방 7>

백파선


 

백파선 / 이수광 지음 / 아름다운 날 / 288p / 1만 2천 원
 
 10월 26일부터 11월 4일까지 김해분청도자기축제가 열린다. 자주 가는 부산 남천동 작은 주점의 주인이 “올해도 꼭 그 축제에 가서 그릇을 사야겠다”고 말했을 때, 속으로 좀 놀랐다. 그는 이 축제의 일정을 확인하고, 방문 날짜를 정했다. "도자기 그릇들도 실컷 구경하고, 예쁜 그릇도 살 계획"이라는 그는 "축제에 가면 국밥을 꼭 먹고 오라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그의 말이 무척 반가웠다. 이렇게 일 년을 기다려 축제에 가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기뻤다. 올해도 김해분청도자기축제가 성황을 이루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 사람을 떠올려 본다.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사기장의 대모 백파선이다.
 
 전쟁은 많은 것을 파괴한다. 하지만 한 국가나 지역의 문화를 다른 곳으로 전파하고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는 계기도 된다.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 부르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임진왜란 중에 일본은 많은 조선 사기장들을 끌고 갔다. 그리고 도자기 발전을 이루어냈다. 일본 규슈 사가현 아리타쵸는 일본 전통공예품인 '아리타 도자기'의 산지이다. 백파선(1560~1656). 그는 아리타쵸 조선 사기장들의 대모이자 지도자였다. 지금도 백파선은 아리타 도자기의 어머니로 불린다. 백파선은 김해사람이다.
 
 도공인 남편 김태도는 사가현 타케오 지방의 영주 이에노부에게 끌려갔다. 그때 백파선도 함께 끌려갔다. 당시의 이름도, 삶도 전해지는 것이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파선의 삶은 일본으로 끌려간 이후의 이야기이다. 백파선이라는 이름도 본명이 아니다. '온화한 얼굴에 귀에서 어깨까지 내려오는 귀걸이를 했으며, 큰 소리로 웃었고, 사람들을 편안하게 감싸주는 덕을 지녔다'고 한다. 효심이 깊은 손자가 그 자취와 덕을 기려 '백파선'이라는 명칭을 바쳤고, 그것이 이름처럼 불리고 있다.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도예인들의 존경을 받은 조선 사기장 백파선의 삶은 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 백파선 연구는 일본이 우리보다 한 발 빨랐던 것 같다. 일본의 작가 무라타 기요코는 백파선을 주인공으로 조선 사기장들의 기질과 미학을 담은 장편소설 '용비어천가'를 썼다. 1999년 일본 문부성으로부터 '예술선장 문부대신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극단 와라비좌에 의해 뮤지컬 '백파(햐쿠바)'로 제작됐다. 2005년 5월 8일 아리타쵸에서 초연된 후 일본 전역에서 150회 공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MBC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가 백파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졌다. 그해에 여러 권의 소설도 나왔다. 픽션형 역사서의 대가 이수광 씨가 소설 '백파선'을 2013년에 발표했다. 조선 최초의 여자 사기장 백파선의 인생을 담았다. 소설 속에서 백파선은 도공을 천한 기술자로 대하는 조선과 귀한 장인으로 대접하는 일본, 두 나라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조선의 후손들에게 전수하고 아흔이 넘도록 왕성하게 활동한다. 이경희 씨도 '불의 여신 백파선'을 썼다. 이경민, 김지원, 김용석 세명의 저자가 함께 쓴 '백파선'도 있다.

 김해분청도자기축제에서는 매년 조선 사기장의 백파선을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도자기를 사랑하는 일본인들도 기리고 있는 조선사기장 백파선을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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