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규 논설위원

 

한상규 논설위원

지금 우리사회는 불신으로 상대방을 믿지도 안하고 믿으려고 하지도 않는 이상한 풍조가 있다. 물론 이런 풍조가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지만 그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흔히 물질 만능주의에 매몰 된 비인간적인 요소가 만연하여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 신뢰가 무너진다면 미래가 없다. 신뢰에 관한 인간적 만남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 소년사관학교 앞 사과가게에 얽힌 나폴레옹의 어린 시절의 실화를 보자.

  “모든 학생이 사과를 사먹는데 한 한생이 멀찌 감치서 그 광경을 보고만 있는 여주인은 가난한 그 학생을 만날 때 마다 불러서 사과 하나씩 주었다. 그 뒤 30년 세월이 흘러서 장교 한 사람이 그 가게를 찾아 사과를 사서 먹으면서 사과 참 맛있습니다.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의자를 꺼내며 말을 했다. “군인 양반 자랑 같지만 지금의 황제이신 나폴레옹께서도 소년사관학교시절 우리 가게서 사과를 맛있게 드셨지요.”


 나폴레옹.. “내가 듣기로는 그때 그 학생은 가난해서 늘 할머니께서 그냥 주셔서 먹었다고 하던데요” 할머니는 펄쩍 뛰면서 그건 군인 양반이 잘못 들은거예요. 그때 그 학생은 돈을 내고 먹었지요. 그냥 얻어먹은 적은 없어요. 할머니는 나폴레옹이 어려운 시절 일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싫은 듯 극구 부인하였다. 할머니 지금도 그 소년을 기억하십니까? 할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옆으로 저으면서,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마 옛날을 회상한 듯...
이때 장교는 덥석 할머니 손을 잡고서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 제가 바로 나폴레옹 황제입니다."
 "당신의 황제라고요?"
 "30년 전 돈이 없어 사과를 사먹지 못할 때 할머니께서 가끔 저에게 사과를 주신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입니다."

 그때의 사과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그때 그 사과를 먹으면서 언젠가는 할머니의 은혜를 꼭 갚겠다던 다짐. 두 손을 잡힌 채 어쩔 줄 모르는 할머니 눈에선 눈물이 흐른다.

 나폴레옹은 금돈이 가득 들어있는 주머니를 할머니 손에 쥐어주면서 말했다.

 이 돈에는 저의 얼굴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돈을 쓰실 때마다 저를 생각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나폴레옹은 야전에서 전쟁을 지휘하지만, 참으로 인정이 많은 인물이다.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을 세월이 오래 지나도 잊지 않고 보답하는 휴머니즘은 어디서 나올가. 그는 야전에서 모든 병사들이 잠든 것을 보고 나서야 자신의 막사에 돌아가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 책은 루소의 ‘에밀’이다. 어릴 적 마음에 새긴 품성이 그를 위대한 영웅으로 만든 것이다. 처음 만남은 ‘하늘’이 만들어주고 그 다음부터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 인연이 된다. 만남과 관계가 잘 조화된 ‘사람’의 인생은 아름답다. 만남에 대한 책임은 ‘하늘’에 있고 관계에 대한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


 좋은 관계는 저절로 만들어지고 서로 노력하고 애쓰면서. 오늘도 당신을 믿게한다. 만남을 계속하게 만드는 ‘마음’ 맑은 가을 햇살 받으며 낙엽을 밟으며 그리움을 꽃으로 피우는 사람,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 내 마음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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