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갑 가야대학교 대외협력처장 / 심리학박사

가야대 대외협력처장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학교폭력은 발생 빈도도 문제지만, 흉포화의 정도는 우려를 금하지 못할 수준이다. 간헐적인 공격 충동이 조절되지 않아서 심각한 파괴적 행동으로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사회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충동 혹은 분노조절 장애(Impulse control disorder)' 역시 우리 사회의 정신병리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지식 위주의 강요된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하여 '번 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보이는 사례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번 아웃 증후군이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심리적 피로감을 호소하면 무기력해지는 증상이다. 주로 직장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지만, 최근에는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아동청소년들이 늘고 있는데, 의학적으로는 '소아 우울증'으로 분류된다.
 
 얼마 전 학교폭력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하기 위하여 방문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만난 초등학생들의 입에서 '사는 게 재미없어요', '좋은 일이 뭐 있겠어요', '늘 우울해요', '죽고 싶어요'라는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조선시대와 같은 전통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기본적으로 학문을 연마하도록 독려도 하였지만, 산과 들로 다니면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남들과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성을 기르도록 가르쳤다. 전인교육(全人敎育)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우리의 교육은 그 시절보다 뒷걸음질 친 것이 사실이다.
 
 몇 년 전에 OECD 국가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여, 내가 속한 팅의 구성원들과 서로 협력하고 양보하면서 공동의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행동의 특성들을 평가한 연구에서 우리나라 남녀 청소년들의 협동지수가 제일 낮게 나온 적이 있었다. 오늘날 가정과 학교에서 올바른 인성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성(人性)은 개개인의 성격 특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바람직한 인간적 특성 또는 인격, 사람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성을 어떤 용어로 사용하든 인성은 교육을 통하여 변화할 수 있는 특성으로 볼 수 있다. 인성교육은 건강한 심리적 발달을 위한 정서교육, 자신의 능력과 특성에 맞는 목표를 가지는 자아실현을 위한 가치교육, 그리고 남과 더불어 살기 위한 도덕교육의 세 가지 영역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에 와서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겪고 있는 반사회적인 현상들을 보면서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의 부재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따라서 인성의 중요성과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기업체의 채용 과정에서 인성적인 요소들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으며,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人才像) 역시 개인적 능력보다는 팀워크 능력, 소통 능력, 도덕적 자질을 갖춘 사람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보면서 부모들이 먼저 자녀의 교육관을 바꿈으로서 오로지 나만 아는 이기적인 속성에서 벗어나서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인성을 지니도록 자녀들을 교육적으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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