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백의(白衣)를 입었나? (4)

전경배 인제대 초빙교수

 고려 말 충렬왕 때 오행사상으로 고려는 동(東)이므로 목(木)이 되고 목은 청(靑)이니 흰옷을 금지시키고 푸른 옷을 입어야 한다고 영이 내려졌지만 민중은 완강히 거부했다. 조선조에도 같은 영이 여러 번 내려졌지만 양반과 상민 구분 없이 흰옷 사랑은 여전했다. 이것은 자주적 민족의식이었던 것이었다.
 중국인들이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예의 밝은 나라라고 평가하였고, 산해경(山海經)에 의하면 중국인들은 우리나라를 해 뜨는 동방의 예의지국 또는 군자국(君子國)으로 일컬어 왔다. 공자도 자기의 평생소원이 뗏목이라도 타고 조선에 가서 예의를 배우는 것이라고 하였다 한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우리의 민족성을 가리켜 '어진 사람'(仁人)이니 '사양(辭讓)하기를 좋아하여 다투지 아니 한다'(好讓不爭) 혹은 '서로 도둑질하지 않아 문을 잠그는 법이 없으며, 여자들은 정숙하고 믿음이 두터우며 음란하지 않다'고 하여 칭찬해 마지않았다. 이런 사실은 상례(喪禮)에서 상복을 입은 것과 상관관계로 보인다.
 중국 오행설에 따르면 흰색은 서쪽과 가을을 상징한다. 서쪽은 찬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고 가을은 만물이 시드는 계절이라 스산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흰색은 죽음을 상징하는 색으로 쓰인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상복을 입고 흰색 휘장의 지청을 설치하고 출관(出棺)시 흰색 조기를 달았다. 그러나 비단 죽음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운 것에 오염되지 않은 순결을 상징하기도 한다.

 子見齊衰者 와 冕衣裳者와 與者 하시고 見之雖少必作 하시며 過之必趨


 子欲居九夷러니 惑曰 陋커늘 如之何이고 子曰 君子居之면 何陋之有


 이 두 편은 논어 제9편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공자의 어록(語錄)이면 해석을 하면 "공자는 상복을 입은 자와 관복을 입은 사람과 맹인을 보면 비록 연소자라도 하더라도 반드시 일어났으며, 그들의 앞을 지날 때에는 반드시 빨리 지나갔다."
 "공자가 동쪽 오랑캐가 사는 땅에 가서 살고자 하시니, 어떤 이가 여쭈었다.「그곳은 누추한 곳이니 어떻게 살려고 하십니까?」공자가 말씀하셨다. 「군자가 그곳에 산다면 어찌 누추함이 함이 있겠느냐?" 그러므로 중국은 상복으로 흰옷을 입었다.
 상복을 엄숙하게 갖추어 입는 것은 사람의 생명에 대한 존엄적 가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죽은 사람을 예로써 보내기 위한 산 사람들의 정성을 표시하는 방법이 예의를 표현한 방법이다. 도암 이재사례편람에 의하면, 상복을 입는 것을 성복(成服)한다고 하는데, 초종(初終)·습(襲)·소렴(小殮)·대렴(大殮)이 끝난 다음날 성복한다. 성복은 상복을 입어야 할 유복자(有服者)들이 각기 해당되는 상복을 입는 것으로서, 죽은 사람에 대한 유복자들의 친소원근(親疎遠近)과 존비(尊卑)의 신분에 따라서 참최(斬衰)·자최(齊衰)·대공(大功)·소공(小功)·시마 등 다섯 가지의 상복, 즉 오복(五服)을 입는 것이다. 이 오복제도는 ≪사례편람≫의 본종도(本宗圖)에 의거하여 보면, 자기를 중심으로 위로는 아버지·할아버지·고조부까지 4대를 올라가고, 아래로는 아들·손자·증손자·현손자까지 4대를 내려가는 수직관계를 이루고, 수평관계로는 형제자매·종형제자매(從兄弟姉妹)·재종형제자매(再從兄弟姉妹)·삼종형제자매(三從兄弟姉妹)까지 가므로 자기로부터 상하좌우로 퍼져나가면서, 자기에게 가까울수록 상복을 길게 입고, 그 입는 기간도 길어지게 되며, 자기로부터 촌수가 멀수록 가벼운 상복을 입게 되고 또 그 기간도 짧게 된다.
 본종오복제도(本宗五服制度)는 본가에 대한 친소에 따른 제도인데, 여자가 출가하여 부당(夫黨)을 위해 처위부당복지도(妻爲夫黨服之圖)와 같이 상기와 상복이 달라진다. 처위부당복지도는 남편과 시아버지에 대해서는 참최 3년을 입고, 시어머니에 대해서는 자최 3년을 입으며, 큰아들에 대해서도 자최 3년을 입는다.
  큰아들을 제외한 아들들[衆子]과 조카·질녀·큰며느리에 대하여는 자최부장기(齊衰不杖朞)를 입는다. 부인이 시가를 위하여 입는 상복은 본종오복제도보다 약간 가벼운 정도로 거의 중한 상복을 입는다. 외가[外黨]와 처가[妻黨]를 위하여는 매우 가벼운 상복, 즉 소공과 시마밖에 입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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