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탐구하기

첫사랑 탐구하기

 * 첫사랑 탐구하기 / 이하은 글, 김성영 그림 / 청개구리 / 164p / 1만 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지난 9월 5일 김해 구지봉 일대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최종 지정했다. 어린 시절, 구지봉은 나의 놀이터였다. 누가 빨리 올라가나 친구들과 시합을 하며 오르내렸던 구지봉이 문화재보호구역이 되었다니 기쁘면서도 기분이 묘하다. 나는 가야의 역사 위에서 자랐으나, 학창시절 역사 시간에 가야 역사를 배운 기억이 없다. 삼국시대의 시작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가야는 이미 멸망한 채 등장했고, 그마저도 고작 몇 줄이었다. 나는 가야의 역사가 늘 슬프고 아팠다. 고등학교 고전문학 시간에 '구지가'를 배울 때, "나 어렸을 때 바로 이 곳에서 놀았어"라고 말하면 반 아이들은 나를 이상하게 보곤 했다. 김해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선생님들은 우리에게 가야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남아있다.
 현재 김해는 다양한 역사 관련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김해의 아이들이 자신이 나고 자란 땅의 역사를 더 많이 알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역사에 흥미를 가지려면, 그 도입단계에 재미난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하은의 장편동화 '첫사랑 탐구하기'는 봉황대 황세바위에 얽힌 전설을 배경으로 한다. 이하은 작가는 양산 화제리에서 살며 역사판타지동화 '황산강 베랑길'을 썼다. '황산강 베랑길'을 쓸 때 작가는 강 건너 김해를 바라보았다. 작가는 김해를 이렇게 말한다. "금관가야가 있던 김해에는 두 곳의 박물관과 봉황대, 가야 거리, 김수로 왕릉, 구지봉, 연지공원 등이 있는데 가야 역사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곳이지요." 그는 봉황대 황세바위에서 전설 안내문을 읽고 슬픔을 느꼈다. 쉽게 발길을 옮길 수가 없었다. 황세장군, 여의낭자, 유민공주에 얽힌 애틋한 사랑과 가야 여전사들에 대한 비밀도 풀고 싶었다. '황산강 베랑길'을 쓸 때는 영남대로를 직접 걸으면서 역사 공부를 했던 이하은 작가다. 그는 '첫사랑 탐구하기'를 쓰기 위해서 가야사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박물관 대학 강의를 듣고, 답사에 참가하고, 학술지를 읽었다. 가야 거리를 구석구석 걸었고, 가야문화축제를 보았다. 그 마음이 '첫사랑 탐구하기'에 오롯이 담겨있다.
 초등학교 6학년 미랑이는 서울에 살다 김해로 이사 왔다. 어느 날 담임은 미랑이에게 "이사 온 이 동네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 알아야, 가야 거리에 살 자격이 있겠지요?"라며 특별과제를 내 준다. 가야 역사 중 주제를 하나 정해 보고서를 만드는 과제였다. 황세장군, 여의낭자, 유민공주가 너무 유약하게만 느껴지는 황세바위 전설에 의구심을 품고 있던 미랑은 그 의문을 해결하고 싶어한다. 그 과정에서 미랑이는 현재의 가야 거리와 과거의 가야시대가 교차하는 경험을 한다. 사춘기 소녀 미랑이와 여주, 남자친구 지후. 세 명의 아이들을 전설이 아닌 역사를 만난다. 전설 속 주인공들처럼 아이들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느끼며 성장한다.
 아이들의 발길이 닿은 김해의 곳곳은 낯익고 반갑다. 그래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어린 시절 내 마음에 남아있던 김해도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김해가, 가야가 살아있는 이 책을 김해의 아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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