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사김참 시인자정 지나 첫울음 울던 아기와잠든 아내 몰래 찾아간 신어산수로 할아버지 때 지었다는 은하사대웅전 수미단에도 연못 다리에도새겨진 가야의 신어神魚들낙엽 쌓인 돌계단 지나보슬비 내린 뜰 천천히 거닐다공중에 가지 뻗는 고목을 본다절 마당에 뿌리 내리고 우뚝 선 나무들별빛 환한 새벽 뜰에 서서나는 넋 놓고 나무를 올려다본다나무들도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것 같다아버지 낳고 할아버지가 올려다봤을지 모를저 오래 된 나무들과은하사 새벽하늘 빛나는 별빛약력김해 삼방동 거주『문학사상』 등단시집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외현대시동인상 수
탕건바위이병관 시인오랜만에, 참 오랜만에신어산 탕건바위에 올라 사방둘러 보니고향산천 아래 세상 두루두루 다 보이더라어릴 적 보던 풍경과는 많이 달라졌지만속에 치미는 느낌은 옛 그대로였지돌아가신 지 까마득히 멀어진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그리고 소식 끊어진 옛 친구들까지머릿속에 절로 들어와 살랑대니참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더라언제든 와서 오르라며 엎드려 등 대어주니이게 고향 사는 깨소금 맛 아니겠는가 시인 약력김해 삼방동 출생『한글문학』 등단김해문인협회장 역임칠암도서관장 역임 ◈ 양민주 시인의 시평 시인은 김해 삼방동 토박이
옛날 딸 부잣집 막내딸 이름은 아가였다저녁연기 고슬고슬 피어오르는작은 마을에도 아가는 있었다칠남매 막내인 내 여동생 이름도세 살 무렵까지 아가였다호적에 2년이나 늦게 올려진 아이아가야 하고 부르면 방긋방긋 웃던예쁘고 아름다운 그 이름어머니가 여자아이를 많이 낳아이름을 얻지 못해 불린 천덕꾸러기였다지금은 그 이름이 그립다 아가가 많은 세상이 오면세상도 예쁘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아버지는 여동생 이름을항렬자에다 공경경을 넣어서 지어주셨다세상 사람들이 늦둥이로 태어난 여자아이를공경하라고 공경받는 아이가 되라고봄 산 대지에서 뿜어내는 연두
임대 아파트가 술렁인다며칠째 방치된 오십대 남자의 시신조문객은 11층 아파트를 애워 싼 금파리떼들이들이 죽음의 냄새를 아파트 전체로 분사시킨 것이다사라짐의 시간죽음은 안개 입자처럼 골고루복도 안 모든 것들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지만아무도 알려 하지 않았다눈물의 얼룩을 따라 가 보면 곳곳이 외로움의 자국들그 간절한 손짓이 굴절되어 살갗 바깥으로 삐져나온 뼈누군가의 입김이 필요로 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빈집이었다밀폐 된 문틈 사이 혼과 백은 떠돌고유리되는 아픔의 보이지 않는 벽은소통을 위한 몸부림이 가로 막아갇혀버린 혼자만의 시간그 누구
마음이란 화단에 제비 놈이 물어다 준 행복이란 아주 자그마한 씨앗 하나 심었지 나 태어나 요로코롬 뎌디 자라는 나무는 첨 봐 그래도 아직 죽지 않은 나무에 감사할 뿐 오늘은 하늘에서 비까정 뿌려주어 내 얼굴에 미소 머금네 시인 약력 전주 출생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졸 한양문학사 시부문 등단 현 이이캔두익 나이스멘토 학원장 전주 평화중학교 운영위원장 어린이 아동지킴이집 전북대표 현 21문학시대문인협회 이사
해질녘 오월 어느 날해반천을 걷는다.이미 많은 사람을 품고어디론가 끌고 간다.저녁노을도 따라 간다.왜 힘들게 얼굴 붉히며뛰고 걷는 사람들이 많은지놀라 일어나는 꽃들에게 미안하기도느린 걸음으로 사람들 속에서한 발 한 발 옮길 때마다저녁을 끌고 가는발소리들이 들리기도 하고가벼운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내려놓은 나의 하루가조금씩 밀려나며해반천은 오월 저녁을 한 줌 쥐고무르녹게 흐른다. 약력김해 출생1984년 등단동시집 글수레 동시창작교실 운영김해문인협회 고문김해삼성초등학교 도
말라버린 나무 물오르던 날이 언제였나 초록의 꿈으로 꽃 피우고 열매 맺은 때 엊그제 같은데 척박한 산 중턱 겨울가고 봄이 와도 한 줌 햇살 앉을 곳 없네 생명을 다하고 주검을 휘감은 누더기마저 바람이 할퀴어 생채기 투성이 욕심도 번뇌도 기쁨도 슬픔도 모진 세월에 쓸려가고 영원불멸, 해탈에 들었구나 약력 문화와 문학타임 등단 부산여류시인협회 회원 문화와 문학타임 이사 시인의 정원 회원
묵묵히 뚜벅뚜벅 세상을 걸어가던 열심히 한 곳에서 모두를 사모하던 배고픈 기둥시계에 밥을 주며 꿈꾼다. 돌아 온 너와 나를 한없이 질타하며 한 세상 돌고 돌아 끝없이 나뒹굴다 오늘도 길을 감으며 꿈도 꾸도 싶은데 혼자서 빙빙 돌고 쉼 없이 째깍째깍 이 마음 돌려 잡고 세상을 휘어잡고 뜨르륵 감기는 세상 시각 위의 낡은 집 약력 계간 현대시조 신인상(1996년) 한국아동문예상(2010년) 경남아동문학상(2016년) 경남시조시인협회 부회장 역임 경남아동문학회 부회장 한국불교아동문학회 부회장 진주시조시인협회 회장 시조집
그대, 바람의 날갯짓으로 잔잔한 가슴에 내려앉아 장미꽃으로 붉게 피었습니다 꽃잎으로 그리움 짙어지는 날 그동안 못다한 말 가슴속에서 살며시 꺼내봅니다 그리웠다고 꽃으로 그대가 피는 봄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할 날을 가슴에 기다림으로 앉게 합니다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고운 햇살의 걸음 앞세워 환한 미소로 그대를 만나고 싶습니다 오랜 기다림을 꽃으로 피운 봄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보이고 싶어요 그대 앞에서만 시인 약력 현대시선 문학사 시 등단 창작동네 문학상 수상 제1회 시담문학대상 수상 현대시선 작가협회
입춘지나 우수얼음 녹은 개울물 소리가 수상하다.마른 갈참나무 곁을 서성대는바람의 거동이 수상하다.들판 끝 산자락을 타고 내리는흐릿한 색상이 아리송하다.무언가 속내를 감춘거사직전의 긴장감회색의 지면위에명도와 채도와 향기까지 그려 넣을존재의 부활을 위한 용트림이리라그 숭고한 작업을 위해삼라만상이 잠을 잊은 우수의 밤 싹틔울 감성의 씨앗하나 찾으려나도 꿈속을 헤맨다.창밖에는토닥토닥 땅을 두드리며봄비가 내린다. 약력순수문학 시 등단화백문학 수필 등단김해문인협회 회원가온문학상 수상수필집 '하얀고무신 신은 여
어머님이 사오신 봄 멸치 한 상자 도톰한 거 몇놈 골라 연탄불 위에 올려진다 타닥타닥 왕소금 튀는 소리 벚나무 꽃비 맞으며 노릇노릇 익어간다 덜 상한 놈 몇줄 골라 냄비 속에 들어간다 묵은지 한포기에 파 마늘 고추까지 뽀글뽀글 내뿜는 건 맛인가 향인가 상추쌈에 노니는게 기막히게 절묘하다 소금에 푹 절여져 독 안에 담긴 멸치 해품은 달과 같이 조곤조곤 곰삭아서 차가운 초겨울날 둘레둘레 모인 자리 배추속 쓰다듬다 그리움으로 저며진다 약력 월간문학세계등단(2014. 01) 수필가(제16회 설중매문학 신춘문예당선) 김해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
절기는 곪아가며 새로운 무늬를 몸에 새긴다 오래된 울음이 배어나올 듯 제비꽃이 보랏빛 멍울로 피었다 세상의 모든 꽃이 상처에서 피어나듯이 한세월 어울렁 더울렁 얽히고설켜 잔생(殘生)을 퇴적하며 바람옷을 갈아입다 날개를 달겠지 시간이 삐걱거린다 혹독한 겨울을 견딘 상처마저 품어버리는 생각의 경계가 벌떼처럼 윙윙거린다 열려있는 것이 귀뿐인지 바람칼은 허공을 가른다 저녁놀이 얼큰하다 노을 끝자락이 끌리는 소리 가슴을 쓸고 가는 노을빛살.... 약력수필가한국문인협회 회원김해문인협회 회원시사문단 작가협회 회원금오문학 대상 수상한울 작가상 수
나이를 어디에다 팔아먹었는지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짧은 윗도리 아래 달걀만 한 배꼽에엄마를 담고 다녔다코밑수염 거뭇할 때부터 스무 호 남짓한 마을로 들어와주저앉았다화낼 줄 모르는 낯빛 위로 패이던 하회탈 주름깡소주 한 잔에 새들과 함께 날아다녔고농사철이면 그의 몸에서 워낭 소리가 났다마실 나간 오일장막걸리 서너 사발이 엄마를 불러온 그날 밤은골목이 육자배기 자장가에 물들었다두어 달 서둘러 나온 세상 구경 탓으로울타리 없는 오십 년이 엄마만 품고 있었다얼마나 만지작거렸으면호주머니 속에서 반쯤 녹은 왕사탕을 주며코흘리개들을 와락 껴안
하늘과 물은 사이좋은 친구거울처럼 하늘을 비춰주니까바람은 샘을 내는 심술꾸러기후~~욱하고 지나가면물결을 일렁이며 하늘을 지우지어리연꽃 물오리도 사이좋은 친구새끼 오리 물장구에 길을 내주지요미꾸리 개구리밥 아주 많아서새끼들 쑥쑥 크는 밥이 되지요해반천 맑은 물은 새끼 오리 놀이공원갈대 속 둥지에서 소풍 나온 새끼 물닭엄마 따라 졸졸 줄지어 헤엄치고해반천 물 위는 동화의 나라소소한 즐거움에 미소가 번지니물결은 반짝반짝 윤슬로 빛나네. 프로필한국문인협회 위원. 한국아동문학회 이사. 경남문인협회 이사. 한국동요협회 임원, 한아문경남지회 펀
정감 가득 찬 새들이목청만큼 깃을 세우는 계절에하얀 매화가 봄을 깨우며떠돌던 무명초들을 불러빈 터를 메우기 시작했다이른 아침보슬보슬 동시같은 비가 내리니오후로 천도되는 동녁의 찬란할 빛은빗속으로 들고바이올렛빛 여인들의 가량가량 일상을서녁으로 인도한다세간에 자유들은온갖 고백으로 존재를 일으키며평온한 일상에도 환경은 반란을 꾸미고긴 겨울의 고독한 무게를 왕창 담아잠든 정적을 들판에 뿌려되자아스름히 피워 내는 대지의 율법처럼하얀 천사의 소복한 주조음은만 자도 부족한 시어여라 한 줌 잠잤던 사고는천지를 무욕으로 깨달아이른 매화 피는 봄에여
단비가 뽀글뽀글 샴푸질하니맥 잃어 가는 바람의 등으로달보드레한 봄이 미끄럼을 탄다춘풍이 햇눈썹을 간조롱이며홍실을 수놓으매 신열로 지져서는차오른 진홍물 모아겹겹잎 이마짝 볼 단장에 바지런타침묵에 절였던 강인함으로앙가슴을 내민 뜨락에봉실봉실 수줍은 홍매의 얼굴은열꽃을 피우니빛 한줄기 툭 떨어진 꽃잎도그만 쨍 하고 눈을 떴다천년 홍등 불을 켜라 박선해 시인 현대시선 문학사 시와 시조 등단창작동네 문학상 수상· 대상 수상하운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수상현대시선 문학사 작가협회 부회장한국 문인협회 회원김해 문인협회 회원
안종복 시인 현 경남민예총 이사장 문학예술 등단 시 동인회 '포엠하우스' 활동 천포문학회 창립 사랑이 온다 치맛자락 스르르 소리되어 온다 소리가 보인다 눈감으면 분홍 빛 가슴에 알알이 맺히는 소리 세상이 열린다 하얀 목련꽃을 뿌리면서 신부는 천년의 학으로 날아오른다 하늘이 열린다 바람이 비를 몰아온다 우르릉 우르르릉 천둥소리 이윽고 마음이 열린다 우유 빛 싸르르르 썰매를 타듯 흘러내리는 소리 사랑이 내리는 소리 사랑이 마주치는 소리 억겁의 사랑이 사랑하는 소리
금동건 시인 시사문단 시 부문 등단 한국 시사문단작가협회 회원 국제PEN 한국본부 회원 김해문인협회 회원 2007년 풀잎문학상 본상 수상 푸른 도화지에 봄빛을 그린다 버들강아지 솜털을 그리고 노란 산수유를 그려 봄의 아린 맛을 그린다 그리고 달래 냉이 실바람 매화꽃을 매달고 꿀벌 나비를 그려 봄빛 하늘을 완성한다
이현수 시인 낭만시인공모전 시 부문 등단 신춘문예 시조 부문 등단 월간 시인마을 동인 시인들의 산책 동인 안개 자욱한 아침 강가에 서서 잔잔한 눈으로 뒤돌아본 젊음은 너무나 짧은 찰나들이었다 젊은 날에는 왜 느끼지 못했을까?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이라 새로움의 전부는 언젠가는 구식으로 작별하기 마련이다 모든 출발은 어차피 빈손이었으니 아쉬운 것도 시간이고 떠난 것도 시간이었다 세월의 흔적으로부터 지워져버린 먼 추억의 회상들은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하게 달아나버리고 새벽안개같이 사라지는 허무만을 남겨 놓았다 세월 앞엔 장사 없다고
기어서라도 가리가는 허리 따라서 올망졸망서린 한이 가없이 펼쳐진 몸의 전설을 보러 감이라하늘을 향하지 않음은땅에 뿌리를 내려 그 아내로 살고자 함이었더냐발길 머무는 곳,자손들 옹기종기 처처에 살아남아오늘, 돌무더기 위로 억세게 밀어 올린꼿꼿한 분신의 몇 알들이여폐허의 탑을 돌아가며신비로운 기운들을 되풀이하며대지의 핏줄에다 수혈하는 혈흔 몇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