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를 쓸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는 세상이다. 그래도 필자는 여전히 필기구에 관심이 많다. 연필을 깎을 때 나는 '사각 사각'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잉크를 모두 소비한 볼펜을 보면 뭔가 많은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만년필에 잉크를 새로 넣을 때면 설렌다. 필기구를 잡고 힘을 주어 종이 위에 뭔가를 쓸 때, 다른 그 어떤 동물도 흉내 내지 못하는 지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필자가 가장 감동을 받았던 필기구는 만년필이다. 중학교에 입학할 때 아버지가 만년
700년 전 약속 / 이진숙 지음 / 북인 / 213p / 1만 3천 원“김해에서 땅을 파면 그 속에서 뭐가 나올지 겁난다.” 이런 말을 들어 본 적도 있고, 해 본 적도 있을 것이다. 금관가야의 왕도였던 김해의 땅에 무엇이 잠자고 있을까. 가끔씩 유적이 발굴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뿌듯하다. 까마득한 고대 가야인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해보는 것은 신기하다. 발굴된 유적에는 어떤 사연들이 있을까. 토기를 보면 누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술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상상해보는 순간, 시공간을 훌쩍 넘어 가야로 가 볼 수 있다면 좋겠
허황옥, 가야를 품다 / 김정 지음 / 푸른책들 / 263p / 9천 800원 김해에 관련한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자주 접하고 있다.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소식이나, 필자가 놓친 기사도 알 수 있다. 며칠 전 한 페친이 기사를 링크하며 올린 글이 눈에 들어왔다. "재미있어야 할텐데…." 짧은 한 마디가 기사를 찾아 읽게 했다. 허황옥을 소재로 한 한국-인도 합작 영화와 드라마가 나온다는 기사였다. 지난 2월 21일 드라마 '닥터 이방인' 제작사 세이온미디어는 인도 에로스인터내셔널그룹, B&C그룹과 가야의
경남의 독립운동, 그 현장과 운동가들 김두천 외 지음 / 선인 / 308p / 1만 5천 원 김해시는 올해 3·1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아 김해3·1독립운동기념사업회와 함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김해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어나야 할 사업이다. 그리고 100주년 기념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내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제의 야욕으로 짓밟히는 조국에서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일어섰던 백성들을 생각하면,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심장도 뜨거워진다. 김해를 비롯한 경남의 독립운동
우리들의 누이 / 홍정욱 지음 / 이후 / 332p / 1만 3천 원 김해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필자는 봄이면 동네 언니들을 따라 산이나 들로 나가 나물을 뜯었다. 쑥 밖에 몰랐던 나에게 달래도 가르쳐 주고, 삐삐를 뽑아 주던 언니들이었다. 어느 봄날, 언니들 중에서 한 명이 도시로 갔다. 중학교를 그만두고 일하러 떠났다고 했다. 그런가보다 했다. 나는 그 언니를 서서히 잊어갔다. 몇 달이 지나고 추석 무렵, 언니가 집에 다니러 왔다.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들고. 언니의 남동생들이 새 옷을 입고,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권정자 외 지음 / 남해의 봄날 / 192p / 1만 8천 원 졸업의 계절이다. 여러 언론에서 뒤늦게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졸업식을 전하는 기사를 전하고 있다. 늦깍이 학생이 된 할머니들의 졸업식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필자 역시 그런 졸업식에 참석해 본 적이 있다. 몇 년 전 김해도서관 성인문해교실 졸업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졸업식날, 도서관에서는 학생(할머니)들의 시와 그림 등 작품을 전시했다. 평소에 글씨연습을 하던 연습장, 공책, 일기장 등도 전시했다. 전시실을 둘러보는 동안 눈시울이 뜨거
현의 노래 / 김훈 지음 문학동네 / 323p / 1만 3천 원 김해에는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가야금 앙상블이나 사단체는 여럿 있다. 하지만, 시립연주단으로선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이 유일하다.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1998년에 창단됐다. 전통음악에서 현대음악, 기악곡에서 성악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정제된 한국음악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연주단이다. 김해를 문화의 도시로 알리는 데 폭넓은 기여를 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예술단체이다. 우리는 가야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피아
노을 / 김원일 지음 문학과지성사 / 372p / 1만 2천 원 소설가 김원일은 한국 분단문학의 거장이다. 그의 고향은 김해 진영이다. 김원일은 그의 문학인생 내내 한국전쟁에 대해 정열적으로 파고들었다. 그 이유는 월북한 아버지를 가진 가족사와 무관치 않다. 고통스런 가족사를 경험해야 했던 그는 이 문제를 쓰지 않고는 어떤 작품도 쓰지 못할 것 같은 부채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김원일 소설가는 김해로 문학기행을 온 적이 있다. 필자는 두 번에 걸친 ‘김원일 진영문학기행’에 모두 참여한 행운을 누렸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소설 ‘노을’
오동나무 꽃 진 자리 / 김인배 지음 / 푸른사상 / 345p / 1만 6천 원 “김해성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여기는 왜적의 침입로에 있는 제1차 방어선이다. 절대 물러설 수 없다. 도망칠 곳이 있다고 생각지도 말라. 성을 사수하다가 죽을지언정 한 치도 물러서 수 없다는 걸 명심하라.” 김인배 소설가의 소설 ‘오동나무 꽃 진 자리’의 한 구절이다. 임진왜란 때, 왜적에 짓밟힐 위기에 놓인 김해를 지키기 위해 나선 송빈의 외침이다. 이 소설은 청주송씨 4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송빈의 부친 송창부터 송빈의 장남
약방집 예배당 / 박경숙 지음 / 홍성사 / 408p / 1만2천 원 구한말, 이 땅에 기독교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교회들은 대부분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교회는 400여 개로 알려져 있다. 이들 교회가 선교사들이 세운 것이다. 그런데 김해에는 조선인에 의해 세워진 교회가 있다. 김해교회이다. 북한지역을 제외하고, 남한지역에서는 조선인이 세운 최초의 교회라는 것이 김해교회의 설명이다. 김해교회의 설립자는 배성두(1840~1922)장로이다. 그는 김해교회를
그대, 그리움을 아는가 / 강담운 지음, 이성혜 옮김 / 보고사 / 142p / 7천 원 "구지봉 머리에 붉은 노을 비치고 /후릉의 송백엔 가을바람 이네. /상심한 한 조각 파사의 돌 /늘어진 풀 쓸쓸한 안개 참으로 적막하다." 가을날 구지봉과 허왕후릉의 해질녘을 그림처럼 보여주는 시다. 조선의 여인 지재당 강담운이 쓴 한시를 한문 고전학 문학박사인 이성혜가 우리말로 풀어썼다. 이 아름다운 시를 볼 수 있는 시집이 ‘그대, 그리움을 아는가’이다. 강담운은 김해에서 살았던 기생이다. 강담운이 언제 태어났는지, 언제 이 세상을 떠났
곡옥(전 2권) / 이수정 지음 전망 / 각 276p 내외 / 각 1만 3천원 김해에서 자란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대성동 고분군을 기억할 것이다. 철없던 시절, 그곳에서 놀았던 추억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런 추억이 있다. 무엇을 하면서 놀았는 지는 잊어버렸는데, 지금도 잊히지 않은 장면이 있다. 고분이 있는 언덕에 서서 해가 지는 풍경을 멍하니 지켜보았던 일이다. 어린 마음에도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 들었던 그날이 지금도 떠오른다. 가야의 역사에 대해 배운 적도 없었지만 무의식중에 고분군의 풍경에 동화돼버린
은행나무의 이사 / 정연숙 지음, 윤봉선 그림 / 논장 / 56p / 1만 3천 원 김해의 자연마을들을 찾아가보면 마을 입구마다 큰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기쁨을 주는 그 나무들은 마을의 수호신이다. 김해 건설고 매화나무, 천곡리와 신천리의 이팝나무, 시례리 상촌마을 홰나무…. 마을마다, 나무마다 이야기도 많다. 김해시는 2009년 ‘노거수 이야기’를 발행한 바 있다. 김해에서 살고 있는 노거수(老巨樹)의 일대기이다. 김해시가 전수 조사를 거쳐 천연기념물 이팝나무 2그루를 비롯해 총 208 그루의
[김해책방 13] 김오랑-역사의 하늘에 뜬 별 / 이원준, 김준철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 / 370p / 1만 7천 원 '박현주의 김해책방' 시리즈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었던 책이 이 책이다. 하지만 12월에 소개하기 위해 기다렸다.1979년 12월 12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이끌던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가 중심이 되어 일으킨 군사반란사건이 일어났다. 우리 역사의 중요한 일이었던 그 현장에 김해출신의 김오랑 소령이 있었다. 그는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의 비서실장이었다. 제3
가야에서 온 소녀 / 이미희 지음 / 하루헌 / 287p / 1만 2천 원 김해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가야는 금관가야이다. 그러나 가야는 더 크다. 가야고분은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북도까지 넓게 분포돼 있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은 가야의 대표 문화유산인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북도의 직원과 학예연구사 등으로 구성됐다. 등재추진단은 가야고분군을 2020년 1월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고, 2021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목
강릉 바다 / 김도연 지음 / 교유서가 / 320p / 1만 3천 800원 김해의 자연마을을 취재하러 다녔던 적이 있다. 동료들과 함께 100곳의 마을을 취재했는데, 그 중 필자가 직접 다녀온 곳이 65곳이었다. 마을에 취재 가는 것보다 더 힘든 게 마을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느 마을 출신이에요?"를 먼저 물었다. "이장님 잘 아세요? 청년회장님하고 친해요? 부녀회장님은요?"를 캐물었다. "요즘 모내기철이라, 한가롭게 이야기하고 어쩌구 할 시간도 사람도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달력의 시간과 마을의
선용동시선집 / 선용 지음 / 지식을만드는지식 / 185p / 1만6천200원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문학출판계를 기웃거리며 취재해오다보니, 아는 문인이 그런대로 많다. 그런데 김해에서 일을 하면서 김해문인협회에 처음 갔을 때 아는 얼굴이 없어 어색했다. 말 그대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는데, 조금 늦게 도착한 한 분이 나를 보고 반색을 했다. 그분이 아동문학가 선용 선생이었다. 부산에서는 말석에서 인사만 올렸는데, 김해에서는 옆자리에 앉는 행운을 누렸다. 김해에서 일하면서 선생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동문학가 선용은
페이스북 덕분에 김해평야, 김해의 논이 사계절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모내기를 시작했다, 연초록으로 물들었다, 황금들판이 되었다, 추수를 한다…. 김해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계절 따라 변하는 김해평야의 모습을 사진과 감상글에 담아 착실하게 전해준다. 미로 같은 도시에 갇혀 사는 입장에서는 그 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벼이삭이 영글어 출렁이는 들판을 보면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농부들의 수고에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인간이
국경선의 모퉁이 / 류현옥 지음 / 전망 / 309p / 1만 3천 원 초등학교 때의 일기장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2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의 일기장 6권을 굵은 끈으로 묶은 것이다. 일기장 안에는 친구의 이름과 함께 했던 놀이가 있고, 옆집 언니를 따라 산에 올라가 봄나물을 뜯어 온 풍경이 있고, 우리 동네에서 달리기를 가장 잘했던 오빠가 있다. 나를 가득 채웠고, 현재의 나를 만들었던 그 모든 것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들은 무사히 행복한 것일까. 나는 이 땅에 살면서 이름조차 희미해져버린 그들의 안부를 생각한다. 만약
백파선 / 이수광 지음 / 아름다운 날 / 288p / 1만 2천 원 10월 26일부터 11월 4일까지 김해분청도자기축제가 열린다. 자주 가는 부산 남천동 작은 주점의 주인이 “올해도 꼭 그 축제에 가서 그릇을 사야겠다”고 말했을 때, 속으로 좀 놀랐다. 그는 이 축제의 일정을 확인하고, 방문 날짜를 정했다. "도자기 그릇들도 실컷 구경하고, 예쁜 그릇도 살 계획"이라는 그는 "축제에 가면 국밥을 꼭 먹고 오라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그의 말이 무척 반가웠다. 이렇게 일 년을 기다려 축제에 가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