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가을, 가 2019년 12월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될 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마음이 아팠다. 언론마다 폐간 위기를 보도했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그런데 가 다시 기사회생했다. 다행이다. 고등학생 때 처음 를 봤다. 잡지를 읽고 나서 주변사람들을 배려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게 내가 행복해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해인 수녀, 법정스님, 소설가 최인호의 글과 똑같은 무게로 평범한 사람들의 글이 지면에 배치돼 있었다. 유명인의 글이라고 대우해주고, 일반인들의 글이라고
△사서의 추천이유 나의 생애 첫 해외여행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였다. 주재원으로 파견된 친지의 집에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그곳 터를 닦고 사는 한인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그들 중에 아직도 기억이 나는 이민자 가족이 있다. 남편과 사별하고 달랑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이민 온 여인. 한눈에 봐도 사는 게 녹록지 않아 보이는 그녀가 무슨 이유로 물설고 낯선 타국까지 와서 삶을 개척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내게는 내내 질문으로 남아 있었다. 이 책 는 부부인 저자가 2016년 한해 세계여행을 하면서, 한국을 떠나
불멸의 명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공연이 월드투어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에서 2019년 12월 13일부터 2020년 2월 9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내년에는 서울, 대구에서도 공연되는데, 관객들의 예매율이 뜨겁다. 부산공연은 부산·경남 지역 관객들이 몰려 세 곳 중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뮤지컬의 원작인 소설 도 오랜 세월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868년에 태어나서 1927년에 세상을 떠난 가스통 르루는 당대 최고의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였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1900년대 초부터 장편소설
△사서의 추천이유 보통의 갈매기와는 색다른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이야기로 구성된 우화형식의 소설. 전직 비행사였던 작가의 비행에 대한 꿈과 신념을 끊임없이 노력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일생을 통해 보여주며, 모두가 부정하며 자신을 따돌리지만 굳건히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갈매기 조나단의 모습을 통해 앞만 보는 삶이 아닌 자신만의 꿈과 이상을 간직하며 멀리 앞날을 내다보며 살아가라고 우리에게 말해준다. 1970년에 발표된 이래 전 세계 4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4,000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45년 만에 작가의 미
기차는 많은 사람과 물자를 빠른 시간에 이동시킨다. 어렸을 때 탄 기차와 비교해보면 요즘 기차의 속도는 말할 수 없이 빠르다. 철도가 놓이고 기차가 달리기 전의 세상은 어땠을까. 그 후에는 세상이 또 얼마나 바뀌었을까. 철도는 인류의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변혁을 재촉했다. 철도는 19세기 초부터 말에 이르는 한 세기 사이에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태어난 땅에서 살면서 삶의 터전을 거의 벗어나지 않던 사람들이 철도가 놓인 뒤에는 단 며칠 만에 대륙을 횡단하게 됐다. 철도가 발달한 덕분에 대규모 제조업이 가능해졌고, 이에
△사서의 추천이유 누구보다 책과 가까이 있는 직업군 중 하나인 사서이지만, 사서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던져보는 근원적인 질문 하나. “사람은 왜 책을 읽어야할까?” 이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시인 장석주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가 읽은 책이 곧 우리의 우주를 만든다”고. 무릎을 탁! 친다. 뭐라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아무튼 책을 읽으면 좋아요, 라고 누군가에게 대답해주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어릴 적엔 독서왕이었는데 성인이 되고 자연스럽게 책과 멀어진 이 시대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추천한다.△박현주 북 칼럼니스
한 세대전까지만 해도 많은 언니, 누나들이 가난한 집안 형편에 학업 대신 일터로 나갔다. 그들의 삶은 또 다른 한국 현대사이다. 정찬일 씨의 책 가 그들의 삶을 전해준다. 책제목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순이’는 우리나라 여성의 이름에 가장 많이 들어갔던 이름이다. 한자를 보면 ‘순할 순(順)’이다. 지아비와 집안을 잘 따르는 순한 여자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로 딸들의 이름에 ‘순’자를 붙였다. 그래서 순이는 여성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고, 지금도 여전히 농담처럼 쓰이고 있다. 이 책은 이 땅의 수많은 ‘순이’, 그중에
△사서의 추천이유 은 , 등의 소설을 집필한 김애란 작가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2002년 등단한 이후 17년 동안 기록해 온 원고들을 담고 있다. ‘1부 나를 부른 이름’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대학시절 그리고 문학청년이었던 시절의 이야기와 가족 특히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 가득하다. ‘2부 너와 부른 이름들’은 작가 자신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 쓴 글들이다. 마지막 ‘3부 우릴 부른 이름들’에는 개인적인 경험담인 여행 이야기가 모여 있다. 김애란 작가는 자신과 함께였던 사람들에
최근에 TV에서 인상적인 광고를 보았다. 불판에서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를 내면서 고기가 익어가는 장면을 보여주는 한우 광고이다. 영상은 불판 위의 고기가 익어가는 장면뿐이다. 소리는 ‘지글지글’뿐이다. 짧은 광고가 끝날 때 회사 이름이 잠깐 보인다. 지극히 단순한 광고이다. 우리 한우의 우수성 홍보도 없고, 과장된 표정으로 고기를 먹는 연예인 모델도 없다. 그런데도 한순간 멍해질 정도로 강렬하게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잘 익은 고기 한 점 씹으면 입안 가득 퍼지던 육즙이 떠오르면서 허기가 진다. 고기 맛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서의 추천이유 김한민 작가를 더 알고 싶어 펼쳐본 책이다. 비건의 논리와 철학을 다룬 , 그래픽노블 , 그림동화책 시리즈 등 작가의 활동 영역은 어마하다. 에서의 쉽게 이해되지 않는 심오함과 에서의 감수성은 김한민 작가에게 매료되기 충분하다. 해외에서의 어린 시절과 여러 직업을 가지며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겪은 그가 지난 10년 동안 그의 삶에서, 여행에서 겪은 일화를 그림으로 담아냈다. 작가는 사진 대신 그림 그리는 여행이 여행지에서 만난
책은 인류가 문자를 사용한 이후부터 축적 기록해 온 정보이다. 정보를 기록하는 매체가 책에서 디지털기기로 확장됐다. 그 정보들이 집중적으로 보관된 곳이 도서관이다.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정보를 얻고 공유한다. 도서관에는 책(정보)과 사람이 있다. 그래서 도서관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이 책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화재이자 손실을 입은 LA공공도서관의 참사를 추적한다. 도서관의 의미가 무엇인지 말해주는 책이다. 1986년 4월 29일 아침, LA공공도서관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다. 낡은 경보 시스템 탓에 자주 화재경보가
△사서의 추천이유 걸음마를 배우며 엉덩방아 찧는 아이에겐 파이팅! 견딜 만해지기를. 미운 다섯살 시기를 지나는 자녀에겐 파이팅! 참을 만해지기를. 남들 앞에 서는 게 두려운 자녀에겐 파이팅! 열정으로 바뀌기를. 이성에 관심을 갖는 자녀에겐 파이팅! 지지 말고 이겨 내기를! 취업의 문턱에 있는 자녀에겐 파이팅! 넌 할 수 있어. 무료한 부모에겐 파이팅! 힘내세요. 하루 종일 업무에 힘든 남편에겐 파이팅! 고생 많았어요. 표지에 있는 주인공 모습처럼 슈퍼맨 망토를 휘날리며 엄마는 자녀에게, 남편에게, 부모님에게 늘 파이팅을 외치며 격려
멸종 위기. 무서운 말이다. 한 종의 생명이 완전히 끝난다는 것, 그 종의 모든 개체가 하나도 남지 않고 죽는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가. “이 동물은 지구상에 몇 마리 남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으며 그 동물을 바라보면 신기하기만 할까. 만약 그 대상이 인간이라면 신기하게 볼 수 있을까. 지구의 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지구상의 생명이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멸종해가고 있는 것이다. 100년 안에 지구 생물 가운데 절반이 멸종할지도 모른다. 환경 악화의 주범은 인간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아는 생물 중 절반이 멸종한 뒤
△사서의 추천이유 별것도 아닌 일에 사람들은 스멀스멀 화가 납니다. 우리는 화가 나면 참으라고만 강요받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한번 화가 나면 참지 못하지요. 이 책은 화를 참으라고 하기 보단, 마음껏 화를 내고 화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책입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강낭콩 하나로 인해, 가재처럼 볼이 빨개지고 불도저가 되기도 하고 레이저까지! 다양하게 화가 표현되는 걸 보면서, 나도 화가 나면 어떻게 보일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가 나면 ‘나도 그랬었는데…’ 하고 공감도 하고, 아이가
“송이·생복(生鰒)·아치(兒雉, 어린 꿩)·고추장 이 네 가지 맛이 있으면 밥을 잘 먹으니, 이로써 보면 입맛이 영구히 늙은 것은 아니다.” 영조가 75세의 어느 날에 한 말이다. 조선의 문헌 에서 고추장과 관련된 단어들을 검색하면 영조 대에서만 22건이 검색된다. 1752년 음력 4월 10일자 의 기록을 보면 도제조 김약로가 영조에게 “조종부의 장은 과연 잘 담갔다고들 합니다”라고 아뢰었고, 영조는 “고추장은 근래 들어 담근 것이지. 만약 옛날에도 있었다면 틀림없이 먹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서의 추천이유 20년 가까이 함께 산 아들가족에게 독립을 선언하고 파주 교하에 방을 얻어 자신의 인생을 새로이 출발시킨 76세 할머니가 자신의 평생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펴냈다. 누구의 엄마, 남편의 아내가 아닌, 손주 돌보는 할머니가 아닌 당당한 여성으로서 자신의 이름 석 자로 살고 있는 작가 김명자. 그는 독립 이후 6개의 버킷리스트 중 5개를 성공시키며 오늘도 시간을 다스려가며 멋지게 황혼을 꾸미고 있다. 그가 성공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 내기이다. 자신의 모습을 오롯이 드러내야 하는 자서전적 글
세상에 이보다 유명한 가족이 있을까. 미국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심슨 가족’은 전 세계에 가장 많이 알려진 가족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노란 피부에 엄청나게 큰 눈, 이상한 머리모양을 한 등장인물 그림을 보면 ‘심슨이다!’하고 금방 알아차릴 정도이다. ‘심슨 가족’을 가족 중심 생활 에피소드를 다루는 코미디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 웃음 뒤에 철학적인 사유가 깊이 깔려있다. 펜실베이니아 킹스칼리지의 철학 교수 윌리엄 어윈을 비롯해 여러 명의 학자들이 철학의 눈으로 읽는
△사서의 추천이유 춘원 이광수. 한국의 대표적인 계몽주의 문학가로 한국 근대문학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나 해방이후 친일파로 지목되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이 집필될 때까지만 해도 작가 이광수는 종교적이면서 계몽적인, 현실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며 민족의식 고취에 노력했는데, 이광수가 말하는 '사랑'은 통속적인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정신적인 이상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 작품 집필 당시 작가는 '법화경'을 번역할 정도로 불교에 심취 ‘주역’까지도 통달해 있었다고 한다. 오래된 고전 을
1800년대 초, 영국의 귀족 토머스 브루스는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해체했다. 해체한 뒤에는 200t에 달하는 대리석 조각을 당시 세계 최강이던 영국 해군 함정에 실어서 영국으로 당당하게(뻔뻔하게) 가져갔다. 문화재 해체 약탈 규모가 참으로 대담하고 크다. 이 경우는 문화재 약탈에 개인뿐 아니라 영국 정부의 영향력이 방대하게 작용했던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문화재 약탈과 반환 문제는 전 세계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익숙한 문화재 반환에 대한 일을 떠올려보자. 2011년, 145년 만에 외규장각 의궤가 프랑스에서 돌아
△사서의 추천이유 이 책은 작가가 서울 연남동에 살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안 매일같이 홍제천을 산책하며 관찰했던 작은 풀꽃들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이름도 잘 모르고 스쳐 지나쳤을 작은 풀들을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정성스럽게 그린 그림 또한 참 예쁘다. 모두 저마다의 계절이 있고 존재의 이유가 있는 꽃들은 뽐내려고도 서두르지도 않고 각자의 생김대로 저마다의 시간을 살고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풀꽃들